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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ind Love, 2018, Oil on linen, 153 x 190 cm
  • Fiction #5, 2018, Oil on linen, 98 x 105 cm
  • Midsummer Dream, 2018, Oil on linen, 153 x 171 cm
  •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Woohyun Shim Enchanting Forest Nov 01 – Nov 24, 2018 | Seoul

여름내 혹독한 무더위를 감내한 후, 희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한 도시 풍경을 마주하는 요즈음 청명한 자연에 대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리안갤러리 서울은 이러한 자연, 특히 ‘숲’을 주제로 한 회화 작업을 펼치고 있는 두 젊은 작가의 개인전을 차례로 기획하였다. 그 첫 번째 순서인 이번 전시는 다채롭고 강렬한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붓질의 회화로 주목받고 있는 심우현 작가의 2018년 신작을 위주로 구성한 <매혹의 숲>으로 2018년 11월 1일부터 24일까지 관객을 맞이한다.


어린 시절부터 빈번히 드나들던 파주 선산이나 성인이 된 후 즐겨 찾는 집 근처 뒷산까지 작가에게 ‘숲’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다. 숲은 식물과 광물, 동물 등 다양한 물질의 색채와 형태, 질감, 신선한 향기, 귓가를 맴도는 여러 가지 소리 등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 체험과 함께 혼자만의 은밀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는 장소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원시적 자연에 잠재된 근원적 생명성인 에로스(eros)적 충동을 발견하였으며 이러한 생물학적 충동은 회화 창조로서의 문화적 충동으로 확장되는 낭만주의적 파토스(pathos)로 전이된다.


다시 말해서, 캔버스의 표면에 물감을 덧칠해 나가는 행위는 숲 속에서 발견한 다양한 요소들의 생명성이 작가의 심리적, 정서적 필터를 거치며 또 다른 생명으로 육화되어 마치 살아 숨 쉬는 알갱이와 같은 실체들로 외재화되는 과정이다. 이때 캔버스의 흰 공간은 바로 그 자체로서 하나의 숲 공간으로 동일시되며, 작가는 짧고 빠른 붓질로 이리 저리 방향을 선회하며 선명한 색채의 물감을 켜켜이 쌓아올려 견고한 겹으로 이루어진 자연 공간을 탄생시킨다. 캔버스는 작가의 실제 숲에서의 감각적 경험의 기억에서 잔존하거나 심상적 거름막을 통해 배제된 후 걸러진 조각들로 축적된 우거진 숲의 현현들로 채워지며 작가 고유의 비밀스럽고 매혹적인 숲이 태동하는 공간이 된다.


언뜻 숲 속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이름 모를 종류의 수풀과 만개한 꽃 무더기, 나뭇가지, 부드러운 토양, 거친 돌의 표면 또는 곤충과 양서류의 모습을 실제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체험한 숲 속 이미지를 환영적 추상성으로 구현한 것과 같은 모호함을 드러내는 심우현의 회화 공간은 그 스스로 규정하는 바와 같이 ‘바깥(le dehors)’ 영역의 표상이다. 이 바깥은 생과 사, 우연, 혼돈 등 우리 의식 그 밖의 무의식과 잠재의식, 직관의 영역에서 분출되는 심층적 정신성의 시각화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창조한 회화 공간은 어느 한 특정 숲의 공간이 아닌 중립적, 잠재적 공간으로서의 비장소(non-lieu)성을 띤다. 비장소는 장소에 대한 부정의 의미가 아닌 여러 공간의 중첩된 가로지르기, 즉 상호 대체와 호환이 가능한 공간을 말한다 (마크 오제 Marc Augé).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여러 숲에서 경험한 시각, 촉각, 청각 경험의 편린들이 작가의 무의식의 폐부로부터 분출된 에너지의 힘으로 순간적, 즉각적, 충동적으로 한 화면의 캔버스 공간을 가로지르며 유입되고 병치된다. 실제로 작가는 “나는 회화적 공간을 숲을 거닐 듯이 가로지른다”고 했으며, 페인팅 행위는 각 캔버스마다 새로운 고유의 질서를 부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비장소성은 초시간성(atemporality)을 동반한다. 작가의 감성과 사변적 흐름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중첩되는 여러 숲에서 보낸 서로 다른 시간적 기억의 조각들은 비선형적 시간성의 표출이다. 과거 그리고 근시에 작가가 경험한 실제 숲에서의 시간의 유동은 그의 회화 공간에서 동시적으로 뒤섞인다. 과거도 현재도 아니고 반대로 과거도 현재도 될 수 있는, 현실적 시간의 잣대로 잴 수 없는 공의 상태이자 무한정성을 드러낸다. 또한 우리가 이러한 작품 공간 속으로 몰입하는 순간, 현실 세계의 시간성 또한 사라지거나 유보된다.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자신의 유쾌하고 쾌활한 사적 감성을 더욱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작가의 전작들이 두터운 물감과 진한 색조로 빼곡히 채워진 반면, 이번 신작은 마치 수채화를 연상시키듯 훨씬 더 가볍고 경쾌한 색감으로 공간적 휴지기와 투명도를 살렸다. 작가가 창조한 비장소의 초시간적 회화 공간은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반사성을 가진 투명한 장막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숲에 매혹된 작가의 감각적, 심리적 경험이 회화 공간으로 투사되고, 이는 곧 반사되어 관객을 유혹하기 위한 주술적 영매로서 작용하는 듯하다. 심우현이 창조한 초월적 숲 속 공간의 심미적 신비에 매혹될 준비가 되었는가?

 

글. 성신영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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