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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친X들" 지금은 거장...구겐하임과 '한국 실험미술' 재조명 May 25, 2023

좌 :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작가의 '한강변의 타살' 영상 작품. 박진희 기자

우 : 송번수 작가의 '공습경보 I, II, III, IV, V' 작품. 박진희 기자

 

 

"그게 예술이냐?"

 

50년 전 숱하게 "미친놈" 소리를 들었던 청년 작가들은 이제 거장이 되어 'K-아트'의 자존심을 높이고 있다. 불태우고, 삭발하고, 신문지를 오리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걸으면서 그리고, 돌을 묶어 놓는가 하면, 하얀 석고 가루를 뿌려놓고 닭을 묶어 놓기도 했다. 국가 권력의 통제에 항거하고 제도권 미술에 대한 반란이었다. 쫓기고 잡히며 두려움에 떨면서도 이들의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 그 시절 기행을 벌였던 이들은 모두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예술 거장으로 등극했다. 가난과 열정을 밑천 삼았던 저항의 미술가들로 인해 한국 미술은 한 걸음 더 나아갔고, 80대가 된 이들은 살아서 봄 날을 누리고 있다. 
 
1960~70년대 '미친X' 소리를 들었던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의 공동 기획이라는 점이 감개무량한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 박종달)은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룬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을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한다.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작가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전위적 실험을 통한 격동기 한국미술을 재조명한다.
 

한국미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한국의 실험미술을 서울에 이어 미국 뉴욕과 LA에서 잇달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강소 작가의 '소멸-화랑 내 술집' 작품. 박진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시작된 양 기관의 국제적 협력과 공동 연구가 실현된 결과물"이라며 특히 "한국 실험미술의 대표 작가 및 작품, 자료를 국내외에 소개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강수정 학예연구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안휘경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는 작가 인터뷰, 작품 실사 및 학자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전시를 구현했다. 서울 전시에 이어 9월 1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내년 2월 11일부터는 LA 해머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가 개최된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당대 한국미술의 면모를 새롭게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일원으로 그 실천의 영역을 확장했던 한국의 실험미술 역사를 조망한다.

 

한편, 다양한 연계프로그램들도 마련되었다. 평론가 김찬동을 좌장으로 전시 기획자들과 미술사학자 조수진, 이상록, 정연심, 작가겸 평론가인 윤진섭 등이 참여하는 학술행사(5.31)가 개최된다. 전시 기간 중 실험미술사의 대표적인 퍼포먼스인 김구림의 '생성에서 소멸로'(6.14.), 성능경의 '신문읽기'(6.21.), 이건용의 '달팽이 걸음'(6.28.) 등의 재현 작업이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다양한 연구논문과 당시 주요 비평글, 선언문 등을 총망라한 국·영문 전시도록도 발간된다. 국문판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영문판은 구겐하임미술관이 각각 편집을 맡았다. 전시는 7월16일까지. 관람료 2000원.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0525_0002316329&cID=10701&pID=10700

뉴시스 ㅣ 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