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가 어떤 제약 없이 무한한 상상을 시작할 때 #더메이커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혹은 공예가 사이의 어딘가를 유유히 표류 중인 한국의 동시대 ‘메이커’들이 상상과 사색의 결과물로 이뤄낸 총천연색 작품세계.
BY 이경진 2023.03.08
LEE KWANG HO
자신이 어떻게 소개되면 좋을까
디자이너든 아티스트든 상관없다. 그저 이광호로 불리면 좋다.
무엇이 당신을 메이커의 세계로 이끌었나
만드는 일을 좋아했고, 금속공예를 전공했지만 우연치 않게 디자인 갤러리와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오브제나 퍼니처를 만드는 이광호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Composition in Blue’(2020)
작업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계
어떤 제약 없이 무한한 상상을 시작할 때.
요즘 가장 흥미로운 오브제
다양한 형태의 돌, 나무, 바다, 모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바다에 부서지는 햇빛, 파도. 특정한 인공 사물보다 자연을 바라보는 게 가장 좋다.
이광호를 상징하는 매듭 시리즈의 탄생은 당신의 어떤 열망과 연결되나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기를 원했고, 그렇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매듭 시리즈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줬다.
‘Blue Lamp’(2018)
자신 혹은 작품을 표현하는 세 가지 키워드 점, 선, 면. 작업을 구상하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정립한 게 있다면
재료 선택, 반복 훈련, 다양한 형태 제작.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 루틴을 거치는 것.
작업 관련 대화에서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말
증명과 취향.
당신이 꿈꾸는 궁극의 작업
그것을 찾기 위해 죽기 전까지 작업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때쯤 내가 무엇에 도달했고 무엇을 이뤘는지, 어디에 와 있는지 알 수 있길 바란다.
‘Felt Stools and Benches for Korea University’(2016)
3D 프린터와 렌더링 등 동시대 기술은 메이커의 세계를 어떻게 바꿀까
새로운 기술은 메이커의 세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분야가 새로운 기술과 사회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그것들이 모여 어떤 흐름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기술이 메이커의 세계를 바꾼다기보다 새로운 세계가 메이커들을 다양한 모습과 형태로 움직이게 하지 않을까?
‘The Moment of Eclipse’(2014)
스스로 원하는 창조적 자유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
인간의 삶과 함께할 오브제 디자인 혹은 아트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오래된 미술품 또는 전통적 형태의 오브제 혹은 예술과 아주 새로운 것들의 대비가 극명해질 것 같다. 영화 〈엑스 마키나〉〈블레이드 러너〉 〈프로메테우스〉 등의 미래 장면에서 나온 박물 혹은 오브제와 같지 않을까. 이미 나도 그런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살롱 94 디자인에 출품한 ‘Knotted Bench’의 세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메이커로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생각한 것들이 결과로 만들어졌을 때.
창작자로서 가장 두려운 것
변화하지 않는 것.
크게 공감했던 누군가의 생각이나 인용문이 있다면
에드워드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3D Printed Chairs’(2022)
작업 중 느끼는 일상 중 작은 기쁨은
일광욕.
훗날 작가 일기를 펴낸다면 첫 문장으로 무엇이 좋을까
‘왼쪽은 오른쪽이 있어야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