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김수영 기자
2014.03.27
사진 같은 영상, 영상 같은 사진
리안갤러리가 올해 첫 전시를 영상작가 초대전으로 마련했다. 미국 뉴욕에서 작업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이브 수스만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이 작가는 영화, 비디오, 영상설치, 사진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현대미술의 영상 시인’이라 불리는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인 빌 비올라 이후 가장 주목받는 영상작가란 평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유수 미술관을 무대로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 이브 수스만은 영상, 퍼포먼스, 음악, 무용 등을 하나의 작품 속에 녹여내며 치밀한 공간 구성과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삼성 리움미술관의 전시 ‘미장센’에 참여해 그의 대표작인 ‘89 Seconds at Alcazar’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최근작을 만날 수 있어 더 반갑다. ‘White on white: algorithmicnoir’는 특별히 제작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해 80여개의 보이스, 150여개의 음악, 러시아·카자흐스탄·두바이에서 촬영된 3천여개의 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각각 태그가 되어있는 디지털콘텐츠를 무작위로 선택해 영상과 오디오를 편집, 재생하는 자기 생성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화의 제작기법을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감독이 의도한 바를 관람객들이 수동적으로 바라보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만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인해 같은 장면은 반복되지 않고 무한하다.
리안갤러리 김혜경 큐레이터는 “이 작품은 작가가 영상, 음악, 소리 등의 재료만 던져놓으면 이것들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의해 무작위로 재료를 선택, 재구성돼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영상작품을 만들어가는 형식을 띤다.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제작방법의 이 작품은 계속 달라지는 화면, 소리 등을 관람객들이 능동적으로 느끼고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스타 시티에 있는 옛 소비에트 연방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의 보존된 사무실에서 사진을 촬영한 뒤 이 사진을 통해 똑같이 그의 사무실을 현실에서 재현한 ‘Yuri’s Office’, 옛 소비에트의 특징적인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전형적인 소련시대의 아파트 단지 발코니가 천천히 서로 모핑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Winter garden’, 중앙아시아의 대초원을 기차여행하면서 여섯 개의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담은 ‘How to Tell the Future From the Past’ 등도 전시된다. 5월3일까지. (053)424-2203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40327.01018075238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