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자라고 또 자라는 조형
가장 평범한 재료에서 출발한 작가 이광호의 여정.
BY 이경진 2022.11.21
더 콘란샵과의 협업 전시 〈Growth〉를 위해 제작된 색색의 스툴. 3D 프린트 기술을 사용했다.
더 콘란샵과의 협업 전시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시명이 〈Growth〉죠
영양학 사전에서 성장은 세포의 양과 크기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간호학대사전에는 생체 세포가 분열해 개체로서 크게 될 뿐 아니라 보다 복잡한 기능을 갖는 과정이고요. 농업용어사전에는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점점 커짐을 말합니다. 성장의 사전적 의미를 빌려와 약 15년 이상의 작업 기간 중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했던 과정이나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스툴은 당신의 상징적인 매듭을 데이터화하고, 3D 프린트 기술을 사용해 기존 작업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로 완성됐습니다. 탐구하고 싶었던 영역이 3D 프린트 작업으로 해소됐을까요
손으로 작업했을 때와 3D 프린트를 이용했을 때, 결과는 분명히 달라요. 손으로 작업할 때는 재료의 재질이나 굵기 등 작업 이전에 어느 정도 제약이 생겨요. 그로 인해 만들어진 형태도 아주 단순할 수밖에 없고요. 반대로 3D 프린트로 작업하면 앞서 말한 제약 조건들이 대부분 해소됩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흥미라기보다 양쪽 방식을 사용해 가며 다양한 가능성과 대비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PVC와 나일론, 가죽, 적동, 알루미늄 등 2007~2022년까지 이광호가 다룬 재료들이 모두 펼쳐진 전시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반복적 행위로 완성하는 작업은 어떤 즐거움이 돼왔나요
제 최대 흥미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 그 자체예요. 각 재료를 알아가고 그에 맞는 작업방식을 찾아가며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 과정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그렇게 얻어진 결과물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일이 큰 즐거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어요.
이광호 작가.
적동으로 완성한 새 작업을 중심으로 한 전시도 계획 중이죠
새로운 적동 작업은 내년 3월 뉴욕에서 전시될 예정입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재료들은 대부분 10년 넘게 꾸준히 다뤄왔어요. 어떤 탐구를 하는 것보다 제게 친숙한 재료이기 때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걸 새롭게 발견한다거나 또 다른 작업방식을 찾으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겨나요. 지금은 직접 기획한 비이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요. 11월 중순에 문을 엽니다. 내년 3월에 있을 개인전 준비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지금껏 펼쳐온 아이코닉한 작업 중 작가 이광호의 성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결과물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다양한 선을 매듭지어 만들어낸 작업 아닐까요? 앞으로 보다 다양한 재료를 다뤄보며 내 생각을 단단하고 깊게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