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세정 기자
2014.04.26
리안, 데이비드 살리展…독특한 '추상과 부조화'
▲데이비드 살리 작- ‘10 Lookout
데이비드 살리의 전시가 5월 18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린다. 휘트니 미술관, 구겐하임 빌바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서 초대전을 갖기도 한 작가는 국내 개인전으로는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다. 줄리앙 슈나벨, 에릭 피슬과 함께 1980년대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데이비드 살리는 우연과 부조화성이 돋보이는 화면으로 자신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만들어왔다.
전시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살리를 만났다. 그림에서처럼 날카로운 분위기와 회화에의 고집이 묻어났다.
“회화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질적 탐구로 끝나지 않는 것이 바로 회화입니다.”
현대미술은 짧은 시간 아주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 결과 장르와 재료들이 매우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살리는 시종일관 회화를 고집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 미술을 대표한 살리는 여전히 성실하고 끈기있는 태도로 회화를 연구하고 있다.
데이비드 살리는 화면을 분할시키고, ‘뒤섞임과 혼합’이 작품의 특징이다.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사진과 회화 양쪽에서 접근해서 회화적 이미지와 사진 이미지의 조합을 이루어냈다.
국내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데이비드 살리의 최근작 15점을 전시한다. 두 개로 분할된 중간 크기의 캔버스로 화면 하단에는 누워있는 여인상을, 화면 상단에는 추상형태를 담고 있다.
작가는 주로 여인의 이미지를 즐겨 사용한다. 여인들은 자유자재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기력하고 무방비한 모습으로 보여진다. 여성은 전통적인 누드와는 거리가 멀다.
왜 하필 여성의 이미지일까. “여인 이미지가 나를 끌어들이고 있어요. 그 심리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여인을 그리는 거죠.”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은 화면 위를 떠다니면서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단순하게 표현된 캠프 이미지, 그리고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이 호수와 보트 같은 풍경과 뒤섞여 있는 소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그의 그림에는 문자 이미지가 종종 등장한다. 살리는 “글자도 이미지의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까뮈’, ‘페이로’, ‘푸생’과 같은 이름이 쓰여 있다.
“문자가 화면 위에 나타나는 것에 대해 문학적 연결고리는 염두에 두고 있지만, 특별히 계획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관객들이 문자로 인해 특정 연결고리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죠.” 그는 ‘음악과 같다. 음악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란한 재료와 개념이 난무하는 현대미술에서 고집스럽게 회화의 영역을 고수해온 작가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 속에서 다음 작품에 대한 응답을 받는다고 말했다. 계획이란 무의미하다는 것. “계획이란 게 있을 수 있나요. 저의 현재 작품 속에서 미래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