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뜰매거진 / 이고은 편집장
2021. 9. 9 - 11. 6
이광호: 안티프래질 Antifragile
리안갤러리 대구
리안갤러리는 대구에서 이광호 개인전 <안티프래질 Antifragile>을 11월6일까지 연다. 이광호는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고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주재료는 일상에서 쉽게 구하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PVC, 금속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를 대표하는 작업 기법인 ‘짜기’로 제작한 연작과 금속 작품을 설치하였다.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은 작가와 호흡을 맞추며 그가 유쾌하게 상상한 아이디어를 읽어내고 교감을 나누게 될 듯하다.
이광호 작가는 작년에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푸른 구성Composition in Blue>을 개최하였다. 완벽한 화이트 큐브에 푸른빛으로 가득한 정육면체 32개를 벽면에 설치하였다. 이번 작품들과 물성이 전혀 다른 적동과 칠보를 사용한 금속 연작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짜기 기법’ 연작은 리안갤러리 대구점 외에도 키아프 서울Kiaf SEOUL 행사장에서 전시되었다. 키아프 VVIP 프리뷰가 열린 10월13일, 리안 갤러리 부스를 방문한 컬렉터들 또한 이 작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국제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 2021의 리안 갤러리 부스에서 선보인 이광호 작품 설치 전경
이광호Lee Kwangho. Antifragile-wallpiece no.3, 2021, Nylon © Shi-Woo Lee /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eahn gallery
이광호Lee Kwangho. Antifragile-wallpiece no.1, 2019, Electric wire © Shi-Woo Lee /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eahn gallery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뜨개질이 떠오른다. 작가를 대표하며 독특한 제작 기법으로 알려진 ‘짜기’.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뜨개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형태를 만들지 우선 드로잉을 한다.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첫 번째 매듭을 짓고 작업을 진행한다. 끝맺음을 위해 또 한 번 매듭을 짓기까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공간에 잘 어우러질지 떠올리며 형태를 만들어낸다. 종종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어서 모든 과정은 유기적이며 섬세하지만 자유롭다. 그리고 더 발전하고 성장한 결과물을 얻기도 한다. 성장. 작가는 여기에 주목하였고, 생각과 맞닿은 개념이 ‘안티프래질’이다.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이다. <블랙스완The Black Swan>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창안하였다. 블랙스완은 느닷없이 일어난 사건이 엄청난 충격을 던지고, 계속되면서 일반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경제 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저자 탈레브는 블랙스완 현상을 상쇄하며 방향성을 잡으려고 안티프래질 개념을 내세웠다. 질서가 사라져 불확실하고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지 말고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하였다. 특히 예측이 어려워진 현시대에서 외부로부터 충격이나 압력을 받았을 때 더 나빠지지 않고 오히려 성장한다고 언급하였다. 바로 이광호 생각과 맞닿은 부분이다. 작가는 불확실하지만 오히려 긍정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때마다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무한한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작품은 결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전시 공간에 풀어놓은 듯 설치한 작품은 모두 안티프래질 개념을 담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유연하게 상상한 이야기가 가미되어,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에게 들려주려 한다.
리안 갤러리 Leeahn gallery
Daegu 대구광역시 중구 이천로 188-1 /Tel. +82 53 424 2203
Hours Monday–Saturday, 10 AM–6 PM
콜렉터를 겸한 안혜령 대표가 2007년에 리안갤러리 대구를 설립하였다. 서울점은 그로부터 6년 후에 개관하여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리안갤러리는 백남준, 이동엽, 이건용, 이강소, 남춘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였다. 또한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알렉스 카츠, 프랭크 스텔라, 데이비드 살리, 제니퍼 스타인캠프와 같은 저명한 해외 작가들의 개인전을 국내에서 개최하였다. 리안갤러리는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는 폭을 넓혔다고 호평받았다. 그 외에도 국내 작가가 해외에 진출하도록 국제 아트 페어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artist and Leeah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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