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 손영옥 기자
리안갤러리와 BHAK갤러리 각각 개인전
2006년 백남준이 74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세상은 애도했다. 컬렉터 안혜령(62)씨도 마찬가지였으나, 애도 방식은 좀 달랐다. 그는 1992년에 산 첫 컬렉션 ‘볼타(Volta)’를 비롯해 자신이 소장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9점을 모두 거실에 전시했다. 그러곤 거실 불을 끈 뒤, 비디오아트의 영상만을 틀어 감상하며 한 세기가 낳은 천재의 죽음을 슬퍼했다.
리안갤러리 전시에 나온 백남준 작, '볼타'(1992년 작).
대표적인 백남준 작품 컬렉터인 그가 지금은 화랑을 차려 백남준 전시를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내년 1월 16일까지 하는 ‘백남준’에서다. 이 갤러리에서 백남준 전시는 2008년,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안 대표는 “92년 미국 뉴욕에 갔다가 록펠러 광장 스케이트장에 전시된 백남준 작품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 컬렉션 계기가 됐다”며 “100년 이내 다시 나오기 힘든 작가다. 더 알려야 한다”라며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리안갤러리 전시에 나온 백남준 회화 '무제'(1986년), 캔버스에 유채.
전시에는 ‘볼타’를 비롯한 비디오 설치 작품과 회화 작품 20여 점이 나왔다. 백남준은 다양한 기술을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현시대 어떤 예술가보다 미래의 흐름을 예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볼타는 소형 모니터로 이목구비를 만들고 몸체에 해당하는 구형 TV케이스 안에 네온으로 볼트(V)의 형상을 만들어 넣은 비디오 조각이다. 전지를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의 이름을 땄다. 이 밖에 ‘정약용’ 등 사람 이름을 딴 비디오 아트 작품, 새천년을 맞아 ‘DMZ 2000’ 공연에서 선보였던 첼로와 월금 형태의 대형 비디오 조각을 변주한 ‘호랑이는 살아 있다’, 한국적 정체성의 상징인 색동과 서예를 결합한 회화와 실크스크린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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