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POP/ 이영란 기자
2009.03.16
데미안 허스트, 그는 왜 해골을 보석과 파리로 쌀까?
살아있는 파리로 인간의 두개골 전체를 뒤덮게 한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44)의 입체 작품이 한국에 온다. 대구의 리안갤러리(대표 안혜령)는 오는 20일부터 4월 18일까지 `리버스(re-Birth.부활)`라는 타이틀로 데미안 허스트 작품전을 연다. 전시는 리안갤러리가 지난 2년간 준비해온 것으로 국내 갤러리에서 소개된 허스트의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다.
허스트는 과감하고 논쟁적인 작품으로 늘 파문을 일으키는 작가. 죽은 상어와 소 등을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통째로 넣은 수조작품 등으로 "데미안 허스트가 등장한 뒤로 런던 일대 동물원의 죽은 동물들이 자꾸 없어진다"는 루머까지 나돌게 하는 등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괴짜(그리고 천재) 작가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허스트는 동시대 미술계를 리드하면서(평단은 물론 미술수집가, 화랑까지 절묘하게 쥐락펴락 하며) 생존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아티스트로 각인돼 있다.
이번 리안갤러리 전시에는 파리가 인간의 해골을 온통 싸고 있는 형상으로 미술계에서 큰 화제를 뿌렸던 멀티플 입체작품 `죽음의 공포(The Fear of Death)`(에디션 18 of 30)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다. 멀티플 작품이긴 하나 매 작품 모두 실제 파리를 손으로 일일이 박아 만든, ‘유니크 멀티플’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인간의 실제 두개골에 다이아몬드 8601개를 장식한 작품과 연장선상에 선 작품으로 인간 영혼의 구원의 문제, 삶과 한 몸체인 죽음의 문제 등을 다룬 대단히 파격적인 작품이다.
서양미술사에서 해골이 작품 속에 등장한 예는 적지 않으나 허스트처럼 사람의 실제 두개골을 구해, 보석과 파리로 이를 송두리째 뒤덮는, 논쟁적인 작업은 거의 유례가 없다. 따라서 그의 이 해골 연작은 "너무나 파격적이다. 끔찍하지만 대단히 아름답다"는 평가와 함께 "허스트판 쇼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또한 "현대미술이 보여줄 수 있는 한 극단, 인간의 유골까지 작품의 소재로 등장시키며 이를 통해 많은 질문을 던진 작업"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 대구 전시에는 살아있는 나비를 이용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과 죽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버터플라이 페인팅` 시리즈, 물리이론을 적용해 에너지가 넘치는 이미지의 `스핀 페인팅(Spin painting)` 시리즈 약에 쓰인 여러 성분을 다양한 빛깔의 원으로 표현한 닷 페인팅(Dot painting) 시리즈 등 모두 5개 시리즈에서 오리지널 작품 50여점이 출품된다.
외국 갤러리와 경매, 미술관 등지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시리즈들이 이미 여러차례 소개돼 "뒷북을 친다", "그는 이미 새로운 시리즈에 접어들었는데 너무 늦은 전시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그의 본격적인 작품전을 계획 중이었다가 현재 개점휴업 상태에 있기 때문에 소규모로 몇몇 작품이 소개된 게 전부다. 실제로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작가의 오리지날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없다시피 해 이번 전시는 관심을 모으는 것은 사실이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전시작들은 허스트가 1990년부터 약 20년 가까이 제작해온 것들로 지난해 10월 공식발표를 통해 이같은 시리즈를 마감한 작품”이라며 “삶과 죽음을 관통하며 인간의 유한함을 다루는 허스트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안갤러리측은 부대행사로 허스트와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 그룹을 조명한 영상자료가 상영되고 내달 7일에는 `데미안 허스트, 젊은 그대는 어디에`라는 제목의 특강도 열린다. 관람료는 4000~8000원. 053)424-2203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