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 김미란 기자
2016.11.18
▲ (왼쪽부터) ❶Untitled, Acrylic and charcoal on canvas, 167.6×247.7㎝ 2012 ❷Head, Acrylic and charcoal on canvas, 271.78×242.57㎝, 2004 ❸Archive, Acrylic and charcoal on canvas, 109×80㎝
2013 최근 몇년 동안 한국 미술계는 단색화에 빠져 있다. 한국의 단색화는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도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이런 현상이 미술시장을 살렸다고 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예술작품을 누리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구상미술화가 토니 베반이 그런 한국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과 다양성을 선사한다.
영국 대영박물관ㆍ테이트 미술관ㆍ왕립미술원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ㆍ현대 미술관ㆍL.A. 폴 게티 미술관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토니 베반. 한국에서는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1980년대부터 현대 구상회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예술가다. 그런 그가 지난 10일부터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작가는 1980년대, 젊고 치열한 고뇌를 닮은 인물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자신이 가진 특징(신체와 정신)을 소재로 삼아 ‘앉아 있는 사람’ ‘초상화’ ‘머리’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초상화 작업에 머물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선으로 복잡한 내면을 표현했다. 신체 구조를 단순화해 일그러지고, 추상적이고, 장식적인 추상화를 그렸다. 그런 작업은 인간의 기본적인 경험과 정신을 표현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무너지기 쉬운 구조물로 이뤄진 건축물들에 집중했다. 작가에게 그것은 순간적인 감정이자 몸이었다. 그것을 어딘가에 위치시키고 싶었던 작가는 건물의 통로, 서까래 등을 그리는 인테리어 작업을 이어갔다. 불완전한 인식과 인간에 내재된 어둠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러던 그가 2007년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중국 여행 중 본 소나무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후부터다. 중국의 절과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의 나무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정신을 더 내밀하게 들여다봤다. 독특한 형상의 나무와 인간의 뇌 신경계의 연관성을 고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카이브’ 시리즈로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문서를 보관하는 선반 구조물들은 그에게 불가사의한 저장소이자 ‘정보의 거대한 도서관’이다. 복잡한 감정들과 강렬한 색채, 힘차게 뻗는 선이 주를 이루고 있는 그의 작품을 통해 내면을 보다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그의 전시는 12월 24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1월 12일부터 2월 말까지는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이어진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