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조선 / 윤다함 기자
[이광호]
리안갤러리 서울 ‘Composition in Blue’展
7월 31일까지
Composition in Blue, 2600x600x501cm, Nylon, 2020 /리안갤러리
고유의 짜임새가 특징인 ‘매듭’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광호가 리안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갖는 개인전 ‘Composition in Blue’에서
적동과 칠보를 소재로 한 설치 작품을 내걸고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로서 창조적 영역을 확장하는 그 첫발을 내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가구에서 드러나는 짜기 기법이 아닌, 적동과 칠보를 사용한 메탈 연작을 선보인다.
표준 단위로 양산된 산업 생산품인 동판과 동 파이프는 하나의 기본 단위인 모듈처럼 일정한 단위로 자르거나 이어 붙여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구축하고 그것을 다시 공간과 어우러지도록 구성한 작업이다.
이광호 개인전 Composition in Blue 전경 /리안갤러리
Composition in Blue, 20x40.5x160cm, Enameled Copper, 2020
이광호를 알린 것은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스툴이나 조명이었지만, 실제 그는 스스로를 가구 디자이너로 규정한 적은 없다고 못 박는다.
어린 시절 작가는 농부였던 조부모가 주변 재료를 활용해 뚝딱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자란 까닭에,
자신도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익숙하고 즐거웠다고 한다.
작품 역시 의도적으로 가구와 조명으로 만든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면이 잘려나가 평평하고 사람 무릎 높이 언저리 정도 되는 돌이 보인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 돌에 앉으려고 할 겁니다.
이와 같이 저는 그저 누군가가 앉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 것뿐이지 작정하고 ‘의자’를 만든 적은 없어요.”
‘앉다’의 실용적 의미나 ‘순수 감상적’ 오브제로서의 의미는 이를 감상하고 수용하는 사람에 의해 부여된다는 측면에서,
이광호는 이번 전시에서만큼은 실용성이 아닌, 순수한 조형성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한다.
Composition in Blue, 57x126x30cm, Enameled Copper, 2020
이번 출품작의 푸른색 칠보는 여명이 트는 새벽녘 혹은 해가 진 후의 어슴푸레한 밤이 되기 직전의 하늘 모습을 상기한다.
또한 벽면에 설치된 각각의 정육면체에 푸른 칠보가 입혀진 정면은 돌출된 동판 조각이 덧붙여져 다양한 크기로 면이 나뉘는데,
이는 마치 우리가 내부에서 다양한 넓이로 열린 창을 통해 외부를 바라보는 것이자, 반대로 외부에서 내부를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작품은 마치 다른 각도에서 본 건축물의 모퉁이를 잘라 짝을 맞춰 대칭으로 마주 보게 구성한 것처럼 보인다.
실생활에서 어떤 사물을 볼 때, 곳곳에서 본 부분적인 지각 형태의 편린들을 인식의 단계를 거치며,
조합하는 것과 같이 건축물의 일부분을 발췌해 구성해 놓은 것과 상통한다.
이처럼 이광호의 작품은 일반적인 지각과 인식 메커니즘을 상기하는 구성인 셈이다.
이광호 작가 / 리안갤러리
그의 작품을 정의하는 적정한 단어 중 하나는 ‘자연스러움’이다. 관객은 작가가 설치해 놓은 구성 안에서 자연스러운 흐름과
논리를 발견하고 그 흐름 안에서 작품 간의 다양한 변주와 공명을 경험하며 그것들과 온전히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7월 31일까지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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