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016.03.09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단색화 같은데, 단색화는 아니다. '붉은색' 작품이지만 우리의 단색화와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오베르텡(1934-2015)은 1958년부터 '레드 모노크롬 회화'에 천착했다. 60년간 단색에 치중했지만, 우리 '단색화'와는 결이 다르다. 물론, 단색화는 모노크롬이 모태다. 서양이 겉모습에 치중했다면, 우리나라 모노크롬 작가들은 내공을 길렀다. 오베르텡도 "단색이 색채의 '절대적 가치'를 유지시킨다"며 "색상 자체만으로 회화에 대한 순수한 정신성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는 심리적 측면을 강조했다. 1957년 '모노크롬 대가'이브 클랭(Yves Klain)을 만나면서 '어떠한 환영적 요소 없이도 단색을 통해 온전한 물질성과 정신성의 감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영감을 받았다.
1960년대 독일 아방가르드 예술단체인 제로그룹(ZEROGroup)의 일원이었던 오베르텡은 회화의 표면 위에 드러나는 색상과 재료의 순수성에 도전한 끈질긴 예술탐구를 이어갔다.
그가 붉은 색을 자신의 색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생전 오베르텡은 “붉은색은 그 자체에 내재된 빛을 통해 추상적 감정을 극명하게 불러일으킨다” 라고 말했다. 단순히 '파란 하늘과 같은 파란색' 식의 객관적 설명이 아닌, 추상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피'같은 존재의 의미를 재탐색하는 색이다.
오베르텡은 100개의 색상 레이어 혹은 60개의 레이어와 같이 색상에 대한 끝없는 연구로 엄격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작가는 “수천 개 수 만개에 이르는 색상 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유일무이한 화면으로 '숨겨진 욕망'을 탐구했다.
단색화가 캔버스와 종이,물감의 정신성에 평면성 몰두했다면, 오베르텡의 단색화는 입체성이 두드러진다. 색면추상미술과도 다르다.
붉은색에 물든 오베르텡은 화면에 물질성을 구현해냈다. 단색 연구와 함께 그리드 형식으로 나열된 못, 나사, 아이볼트, 스푼, 포크와 같은 일상적 재료들을 사용해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해낸다. 화판 위에 나사와 고리볼트를 박고 붉은색을 가득 칠한 'Tableau clous' 연작이 탄생됐다. 대표작이다. 'Tableau clous'(1971)은 합판 위에 빽빽히 박힌 못이 빨간색으로 뒤덮여있다. 물감 덩어리의 흔적과 각 못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인해 평면과 입체의 이중주와 변주를 보여준다.
붉은색 만큼이나 작가의 세계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는 '불'이다. 물리적 표현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불을 직접적으로 도입했다. 금속 표면 위에 일정하게 꼽힌 성냥에 불을 지른다. 화염 이후 남은 잔재와 흔적을 그대로 이용한 퍼포먼스 성향이 강한 추상 작업으로 발전했다.
피와 불을 상징하는 붉은색 물감과 오브제의 물리적 속성이 강조된 불의 파괴적 속성을 통해 '창조'와 '부활'의 의미를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루드비히 미술관, 리옹 현대미술관, 독일 쿤스트 팔라스틍 미술관등에 소장되어 있다.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대표 안혜령)가 8일부터 오베르텡의 '붉은 연작'시리즈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붉은색으로 덮은 오베르텡의 대표작을 만날수 있는 이 전시는 출발은 같았지만 모양이 달라진 '서양 단색화', 모노크롬 회화의 변화를 살펴볼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4월 23일까지. 02-73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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