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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캥거루와 요가를… 자연과 인간의 기묘한 동거 Mar 30, 2010

조선일보/ 손정미 기자
2010.03.30 

 

 

패트리샤 피치니니展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패트리샤 피치니니(Patricia Piccinini)》전(展)은 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피치니니의 작품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첫 개인전이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피치니니는 1970년대 호주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호주 대표로 참가했고, 2004년 미국에서 가진 《Nature's little helpers(자연의 작은 조력자)》전을 통해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했다.

 

피치니니의 조각 작품을 처음 접한 사람은 징그러움이나 두려움을 느껴 거부감을 갖기 쉽다. 작품 〈한 팔의 힘〉은 어린아이의 다리가 두 개가 아니라 하나인데다 동물에서 볼 수 있는 거친 털이 나있다. 작품 〈오퍼링(The Offering)〉은 어린 아기가 동물 털이 잔뜩 나있고 돼지코 형상을 하고 있다. 인간이 생산해 낸 지독한 공해나 유전공학이 만들어낸 이종(異種) 같아서 눈을 돌려버리고 싶다. 앞으로 유전공학이 잘못 진행될 경우 맞게 될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작품 〈포옹〉은 이웃집 주부의 얼굴 위로 지구 상에 없는 생물이 숨 막힐 듯 달라붙어 있다. 실리콘으로 제작한 극사실 조각이 보는 사람을 몹시 불편하고 숨 막히게 한다.

 

피치니니의 작품은 인간이 빚은 발전이나 기술에 대한 경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조각을 찬찬히 뜯어보면 미워할 수 없는 순진한 눈망울과 귀여움을 발견해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결국 우리가 끌어안아야 하는 존재임을 말하는 것이다.

 

전시에 나온 작품 〈패널 워크〉는 자동차의 창문 버튼 같은 부분을 이미지로 확대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기계인 자동차를 심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이가 양탄자 위에서 요가 자세를 하고 있는 작품처럼 자연과 기계를 두려워하거나 경계하기보다 공존해야 한다는 음성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대구에서 4월 17일까지 열리며, 〈한 팔의 힘〉 등 일부 작품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안갤러리 쇼룸에서 볼 수 있다. 대구 전시장 입장료 3000원. (053)424-2203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29/20100329021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