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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 자연과 인공, 그 모호한 경계들…피치니니 개인전 Mar 19, 2010

매일신문 / 최세정 기자

2010.03.19

 

 

자연과 인공, 그 모호한 경계들…피치니니 개인전 

페트리샤 피치니니 작 '발라사나(Ballasana)'페트리샤 피치니니 작 '발라사나(Ballasana)'

페트리샤 피치니니 작 '오프 스프링(Off spring)'페트리샤 피치니니 작 '오프 스프링(Off spring)'

 

 

기이한 조각이다. 털은 빠지고 피부는 늘어났으며 앞이빨은 도드라져있다. 뼈가 드러난 등,  털구멍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된 이 조각은 섬뜩하고 충격적이다. 유전공학이 낳은 돌연변이 같은 이 생명체는, 그러나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징그럽다기보다 친근해진다. 어쩌면 우리와 닮아있는 듯하다. 
극사실 조각의 대표 주자이자 호주의 대표 작가 페트리샤 피치니니의 국내 첫 개인전이 리안갤러리에서 다음달 17일까지 열린다. 17일 전시 오프닝을 가진 페트리샤 피치니니는 “멸종 위기에 놓인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동물을 보고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줄곧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작품을 통해 던진다. 

 

“이제는 어떤 것이 자연인지, 어떤 것이 인공인지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요. 자연 속에 인공이 뒤섞인거죠. 타이어 위에 알을 조각하고 자동차 일부를 동물처럼 표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기술 문명과 반성없는 유전공학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이하고 섬뜩한 생명체는 재앙을 상징하는 듯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느껴진다. 

 

그가 ‘페미니스트’ 조각가로 불리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요람에 누워있는 아기 생명체는 생명의 귀중함을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은 우리 생활 영역에 서슴없이 들어와 아이와 함께 잠들기도 하고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 때 아이들의 표정은 평화롭다. 그들 또한 우리와 공생하는 존재라는 것을 뜻한다. 

 

자동차의 일부를 응용한 작품도 신선하다. “자동차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기계이자 가장 사적인 공간이에요. 인공적인 구조물이지만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되었죠.” 

 

작가는 조각품 대신 실제 흰 색의 왈라비(호주에 서식하는 동물)를 작품에 사용하기도 한다. 그는 “실제 동물이 관객들에게 훨씬 감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이한 생명체의 극사실 조각, 자동차 시리즈, 드로잉, 브론즈 작품 등 그의 작품의 영역은 넓다. 하지만 전시장을 찬찬히 둘러보노라면 작가가 던지는 화두를 생각해보게 된다. 과학 기술 발전의 정점에는 경이로움과 동시에 공포와 두려움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우리가 보살피고 감싸안아야 할 또다른 우리의 모습이다.   

 

입장료 3천원, 단체 20인 이상 2천원. 전시 설명 매일 오후 3시. 053)424-2203. 

 

 

 

http://news.imaeil.com/Culture/2010031907180561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