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경달 기자
2008.03.17
경이…찬탄, 거장 혼을 느낀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지 2년이 흘렀다. 2006년 1월 29일 부인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힘없이 떨어지자 세계 미술계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회고전이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도 오는 10월 경기도에 백남준 미술관이 개관하는 등 작가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정리하려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관전으로 '앤디 워홀전'을 열어 심상치 않는 행보를 보여준 리안갤러리도 백남준 서거 2주년과 개관 1주년을 맞아 '백남준 특별전 the NEXT'를 마련했다. 미술과 과학기술, 동·서양의 문화와 정신이 결합된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오는 4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초기 TV모니터를 이용한 설치작업에서부터 비디오 조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로봇서커스 시리즈와 영상콜라주 작업까지 백남준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갤러리 주최로 치러진 백남준전 가운데 최대 규모로 1980년대와 1990년대 비디오 조각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백남준의 뉴욕 퍼포먼스 시대를 활짝 열게 한 샬롯 무어맨과의 퍼포먼스를 담은 'TV 첼로', 음악과 TV 수상기 작업의 결합을 보여주는 'Music Box',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담고 있는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대작 'Quetzacoatl' 등이 선보인다. 특히 백남준 비디오 조각의 백미를 이루는 1986년 '로봇가족'을 다시 재현한 '로봇서커스' 시리즈는 그의 마지막 시기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전시와 함께 특강과 아트포럼도 열린다. 2회에 걸쳐 봉산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특강은 백남준과 미디어아트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됐다. 19일 오후 6시30분 열리는 첫번째 특강에서는 윤준성 숭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백남준이 개척한 미디어아트 예술 영역에 대해 강의한다. 두번째 특강(26일 오후 6시30분)에서는 백남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조정훈 KBS PD가 강사로 나서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보다 대중적으로 풀어낸다.
아트포럼은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현재 진행중인 미디어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잇는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19일 오후 4시 봉산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비디오아트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백남준 선생의 독특한 예술형태가 구현된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비디오아트가 젊은 작가들에게 실험과 도전의 아이콘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53)424-2203.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