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 최세정 기자
2010.11.25
리안갤러리 日 작가 미스터(Mr.)展
일본 만화는 커다란 눈망울의 여자 주인공, 환상적인 묘사를 앞세워 전 세계에 두터운 팬을 확보했다. 일본 전후 세대는 현실의 판타지를 대리만족시켜주는 만화에 열광했고 일본 전후 세대에게 가장 익숙한 이미지가 되었다.
일본 현대미술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미스터(Mr.)의 전시가 12월 25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미스터는 타카시 무라카미, 요시토모 나라로 대표되는 재팬 팝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무라카미가 만든 카이카이키키 스튜디오 소속 작가다.
미스터는 일본 만화의 이미지를 캔버스로 옮겼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일본의 거세당한 남성성, 일본 사회의 단면을 읽어낼 수 있다.
19일 전시장에서 만난 미스터는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자 가장 큰 규모의 전시를 앞두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미스터는 쌀과 소금, 약간의 술을 앞에 두고 자신만의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만화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접했던 아주 친근한 이미지예요. 그래서 그것을 그리기 시작했죠. 최근 추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대형 회화들은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배경을 사용해 저의 관심을 드러내고 있죠.”
작가는 영수증 뒷면에 만화 형식의 여자아이 캐릭터를 드로잉하고 그것들을 모아 전시하면서 현대미술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캔버스로 무대를 옮겨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만화에서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인다. 그 눈망울 속에 비친 세상이 작가가 강조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고층 빌딩이 담겨 있기도 하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환상적인 풍경도 보인다.
작가의 의도가 극대화된 것이 ‘스트로베리 보이스(Strawberry Voice)’. 양 갈래 머리를 한 소녀의 두상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한 쪽 눈이 열려 있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소녀의 머리 속에는 온갖 예쁘고 아기자기한 세상이 가득하다. 자그마한 침대, 인형, 필기구 등 소녀가 탐닉할 만한 물건들이 머리 속에 진열돼 있다. 작가는 이를 두고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들의 머리 속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일본 현대인의 오타쿠 문화와 롤리타 콤플렉스 등의 문화 코드가 깔려 있다. 만화, 공상과학소설, 비디오 게임 등에 빠진 남성들에 의해 생겨난 오타쿠 문화가 그림의 배경에 깔려 있다. 만화와 잡지 사이에서 당황한 소녀의 눈빛은 오타쿠 문화와 롤리타 콤플렉스를 동시에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각 뿐만 아니라 영상, 사진 작품을 통해 재팬 팝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053)424-220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