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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 대구 온 美 여류화가 리사 루이터 Jun 05, 2008

매일신문 / 이경달 기자

2008.06.05

 

"작품 메세지는 관람자의 몫"

 


 
2004년 뉴욕 아모리쇼(현대미술국제전람회)를 통해 국제적 스타로 부상한 여류 화가 리사 루이터(40·미국·사진)가 대구를 찾았다. 팝아트, 사진 등 다양한 사조를 통합하는 그녀의 작품은 근대 회화와 현대 사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구 방문은 오는 21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리는 'IMAGE & IMAGINATION' 전시 때문이다. 'IMAGE & IMAGINATION'은 리사 루이터와 함께 흐림의 미학을 예술에 접목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독일 현대사진작가 토마스 루프의 작품도 전시된다.


미국 출신으로 뉴욕과 비엔나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리사 루이터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까다로운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녀는 신뢰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 세계적인 갤러리도 초대전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유대를 쌓아야 한다. 유명세만 앞세운 갤러리에는 작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리안갤러리는 이번 전시에 앞서 지난해 6월 스위스 바젤아트페어에서 리사 루이터를 만난 뒤 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다.

 

또 리사 루이터는 첫 전시에 작품을 많이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초대전이 한국에서 열린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지만 개인전을 열기에 작품 수(총 7점)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도 개인전을 열지 못하고 그룹전을 가진 이유다. 리사 루이터는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는 곳을 가급적 방문한다. 유명 작가들이 작품만 보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녀는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을 즐긴다. 서울 외 대구에서 전시를 갖게 돼 무척 기쁘다"고 대구 방문 소감을 밝혔다.

 

리사 루이터는 회화와 영상, 사진이 결합된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작업은 사진을 찍는 일에서 시작된다. 운동경기를 관람하는 관중, 도시의 공원, 거리 풍경 등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뒤 배경색을 칠한 캔버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선택, 프로젝션으로 캔버스 위에 비춰 나타난 형상을 따라 드로잉한다. 이후 희석시킨 물감을 이미지 위에 3번에서 20번까지 여러번 덧칠한다. 작가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드로잉이다. 드로잉을 통해 생략과 강조 등 표현 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며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내 작업의 키워드다. 그런 점에서 사진 작가 토마스 루프와 함께 전시를 갖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과정을 거쳐 탄생한 그녀의 작품에 대해 세계 평론가들은 앤디 워홀의 팝아트보다 미국 사진 작가 위지(본명 아서 펠리그)의 영향을 더 받았다고 평한다. 리사 루이터는 "위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그는 이미지에 자신의 의지를 심었다. 이미지와 작가의 그런 관계를 좋아한다. 특수기법으로 기괴한 이미지를 창조한 위지 작품 같은 것을 언젠가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진 리사 루이터는 베를린, 비엔나, 브뤼셀, 제네바에서 연 개인전에서 작품이 모두 판매되는 등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미술계에서는 '특별하지 않는 이미지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나는 그림을 통해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보다 작품을 대하는 다양한 시선과 느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메시지는 관람자의 몫으로 돌리고 싶다"며 "독특한 색채와 미술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즐기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그림이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만들어진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보다 자신의 작품을 위한 공간을 갖고 싶은 것이 작가로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진은 리얼리티가 아니며 이미지를 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토마스 루프는 무표정한 인물을 담은 거대한 초상 사진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1980년대 초반, 흐림 효과를 이용한 포르노 그라피, 천체 사진 등 16가지 연작 시리즈를 발표해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번 전시에는 포르노 그라피와 일본 만화영화 이미지를 합성한 작품 substrat, 나폴리 수산시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합성 사진 m.d.p.n 등을 선보인다.

 

 

 

http://news.imaeil.com/Culture/2008060507115690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