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최재수 기자
2015.08.10
신경철 작 'TH(H)ERE-103'
심우현 작 '핑크팬더 토네이도'
서로 다른 재현 방법으로 풍경을 그리는 신경철과 심우현 작가의 ‘Weaved Land’전이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신경철 작가는 산과 나무, 나뭇잎 등 자연의 모습을 거대한 풍경으로, 때론 화면을 풀오버시킨 추상적 이미지로 그려내고, 심우현 작가는 자연에서 느낀 인상과 그 속에 잠재된 에로스적 에너지를 즉흥성과 직관성에 기반해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대상`여백 구별없이 한 가지 색으로 표현
신 작가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거대한 산맥, 나무나 풀, 그리고 나뭇잎 등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까지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한 가지 색과 연필선으로 그려진 화면은 현미경으로 대상을 들여다본 듯 점 하나, 획 하나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물론 움직임까지 모두 그려 확대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이 대상이고 무엇이 여백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채웠다. 그래서 그런지 화면은 자연의 재현이면서 동시에 추상에 가깝다.
작품 ‘TH(H)ERE-103’은 마치 현미경으로 잎사귀의 세포를 들여다보는 듯 면밀해 보이기도 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지형의 이미지 같기도 하다. 제목의 숫자는 작품 제작에 소요된 시간을 의미한다.
#화려한 색감 속 야생 본성 그대로 드러내
심 작가는 화려한 색으로 가득한 숲의 세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린 시절 숲 속에서 영감을 얻은 야생의 기묘한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재현하고 있다. 뇌리를 떠나지 않는 숲은 그에게 있어 시각적 충격과 호기심, 비밀스러운 교감의 장이다. 심 작가는 감각적, 관능적인 데서 좀 더 나아가 문학적 스토리로, 신화적 상상력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품 ‘목신의 영역’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모습을 한 향락의 신, 욕망의 대상인 요정 님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또 원색의 화려한 색채와 짧게 끊어지며 수없이 중첩되는 붓자국으로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숲으로 발전시켰다. 화면 가득히 압도하는 원색의 색채와 뭉개기를 반복하는 즉흥적이고 과감한 붓터치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숲이 가진 야생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강한 붓터치와 대조되는 선으로 묘사된 인물은 흐릿하게 처리된 후경과 대조를 이루며 숲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또 자유로운 붓의 움직임과 흘러내리는 물감 자국은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한 이미지의 중첩과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리안갤러리 이정민 큐레이터는 “두 작가는 풍경이라는 소재를 두고 서로 다른 접근방식과 상반된 재현방법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9월 5일(토)까지 열린다. 053)424-2203.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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