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신세미 기자
2007.03.21
20주기 맞아 그림,사진,디자인 등 작품전 잇따라
1987년에 눈감은 앤디 워홀(1928~1987·사진)의 팝아트가 20년 후 한국서 되살아나고 있다. 메릴린 먼로, 마오쩌둥 등 스타를 복제하듯 실크스크린기법으로 찍어냈고, 대중스타를 좋아했으며 비죽비죽 튀어나온 은색가발에 검정 목폴라와 청바지 차림으로 스스로 스타였던 워홀.
1960, 1970년대 미국 팝아트를 이끈 워홀의 20주기를 맞아, 지난 연말연시에 서울대미술관과 쌈지길의 워홀전으로 시작된 국내 워홀 열풍은 3월 들어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해 화랑가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지난 15일 ‘앤디 워홀 팩토리’전(6월10일까지)이 개막됐으며, 18일 막내린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갤러리H의 워홀전에 이어 압구정동 갤러리에스파스솔과 대구 리안갤러리도 워홀작품전을 시작했다.
◆세계미술시장이 주목하는 작가 = 작년 9월 서울의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에서 공개됐던 앤디 워홀의 ‘오렌지 메릴린’은 11월 뉴욕경매에서 추정가 1500만달러를 웃도는 1630만달러에 팔렸다. 같은 경매에서 마오쩌둥 소재의 ‘마오’는 현대미술품으론 최고가인 1740만달러에 낙찰, 세계미술시장에서 ‘전후 현대미술품의 2000만달러(180억여원) 시대’를 예고하는 작가가 바로 워홀이다. 관련기사 35면
21세기의 워홀 열풍에 대해 삼성미술관 리움 큐레이터 박서은숙씨는 “타분야와의 경계를 허문 미술뿐 아니라 이미 30~40년전 일찌감치 영화 팝송 기획 등 타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한 워홀의 앞선 작가정신은 ‘앤디 워홀 따라하기’식으로 패러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의 워홀 열풍 = 워홀은 국내서도 미술가 안팎에서 대중문화 혹은 대량생산소비사회의 상징이자 아이콘이다. 수프 같은 기성품, 인쇄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특정인 사진 등을 반복해서 찍어낸 판화나 그 위에 물감을 칠한 워홀의 작품은 지금도 국내 영화 광고에서 재구성되고 있는 진행형 현대미술이다.
“워홀은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 브랜드를 미술에 적극 활용한 미술가다. 국내 젊은 미술학도들은 여전히 워홀 작품을 모티브로 작업중이다.” 서울대미술관 정형민 관장의 지적처럼 워홀의 팝아트는 한국에서 현대미술의 클래식으로, 지난 2년여 국내 각종 전시장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펼치는 팝아트기획전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일상에 예술적 감각을 불어넣은 팝아트 작가 = 워홀의 고향에 세워진 미국 피츠버그 앤디워홀 미술관 토머스 소콜로프스키 관장은 “워홀이 캠벨수프와 콜라병을 그린 팝아트 작가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을 그린 초상화가였다”고 지적한다.
워홀은 30년전 디카나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를 즐기는 요즘 사람들처럼 전화기에 집착하고 폴라로이드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즐겨 찍었다. 그가 1970년대 마오쩌둥을 소재로 작업한 것도 냉전시대였던 당시 마오는 수많은 중국인의 우상이었고 강력한 이미지의 대중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와 현대인의 심리를 담은 작품 = 동국대 신정아(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교수는 “눈에 익은 유명인을 등장시킨 ‘유쾌 상쾌 통쾌’의 파격적 표현 기법과 더불어 스타처럼 화려하고 연출된 작가의 사생활도 현대인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워홀은 꽃을 비롯, 자살한 메릴린 먼로, 남편을 잃은 재클린 케네디의 사진을 다양한 색으로 찍어낸다든지, 폴라로이드카메라로 촬영한 자신 및 주변인물의 사진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을 시도했다. 그는 암살당한 케네디부터 자동차사고 현장 사진을 비롯해 전기의자·칼·총 해골 등 죽음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다룬 작업을 통해 생사의 문제에도 집중했다.
워홀은 미술 외에 영화·사진·디자인·광고 등 시각예술 각 분야에서 앞선 작업을 펼치며,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피츠버그 앤디워홀미술관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팩토리전’에는 1950년대 드로잉부터 사진, 포스터 전시 및 워홀이 1970년대 관심을 기울였던 영화 8편도 상영한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0321010325300480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