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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키키 스미스 展 12월 20일까지 리안갤러리 Nov 19, 2014

영남일보/ 김수영 기자 

2014. 11. 19 

 

 

20141119

 

온몸으로 부딪히는, 억압

소리없이 부르짖는, 평등 

 

 

20141119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한 여인이 무릎을 끓고 양팔을 벌린 채 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형상은 마치 신을 향해 울부짖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키키 스미스의 대표작 ‘Pyre Woman Kneeling’이다. 작가는 이 여인의 모습에 대해 예수가 하느님에게 외치듯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 말하는 모습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의 또다른 작품으로 ‘Medusa’도 있다. 양팔을 가지런히 내리고 우두커니 서있는 인체형상을 그대로 캐스팅한 브론즈 조각으로, 작가가 실물크기 조각의 모델이 되었다.

 

인간으로서 존엄 회복과
性으로부터의 자유…
남성사회 향한 여성 절규 대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작가의 사유세계 담아낸
브론즈 조각·부조 등 13점 소개


키키 스미스는 이들 작품에서 느껴지듯 신체와 페미니즘에 관련된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다. 사회적, 역사적으로 억압받고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되었던 여성의 신체와 존재를 조각과 판화, 드로잉, 설치, 직물 등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이용해 드러냈다. 1970년대에는 조형물로 여성의 신체와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험들을 시각화했고 80년대 후반부터는 상처를 입거나 파편화된 몸, 배설물 혹은 신체의 내부기관들이 몸 밖으로 쏟아지는 현상을 직접적으로 노출시킨 작품들을 보여줬다.

 

이같은 표현방식을 통해 작가는 신체와 페미니즘에 관한 주제를 강렬한 이미지로 전했으며 이는 1980년대 당시 미술계의 주된 담론으로 등장했던 젠더와 동성애,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의 작업방식에 대해 평단에서는 몸의 경계가 사라진, 즉 위계질서가 모두 허물어진 상태를 통해 작가는 남성위주로 이루어진 모든 것들에 대한 저항과 여성으로서 불복을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여성해방운동인 페미니즘과 맥락을 같이하는데 인간으로서 존엄을 찾고 성의 억압으로부터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여성의 의지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리안갤러리가 키키 스미스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초대전을 19일부터 12월20일까지 연다. 리안갤러리 서울에 이어 열리는 이번 대구전시는 79년 이후 신체를 주로 다루는 작업을 지속해오면서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확고한 자리를 점하고 있는 작가의 국내 첫 회고전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사유세계를 잘 담아낸 브론즈 조각, 부조, 스테인드 글라스 등 총 13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54년 독일 뉴렘베르크에서 태어난 작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미니멀조각가 토니 스미스의 딸이지만 정규미술교육과는 거리가 먼 성장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조각작업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미술에 입문했다. 

 

76년 미국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겨 활동한 뒤 82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82년 아버지의 사망과 88년 에이즈환자였던 언니의 죽음을 목격하며 신체에 대한 관심이 심화됐다. 90년 뉴욕현대미술관의 전시를 기점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2010년 브루클린 미술관 여성작가상, 2012년 미 국무부 예술훈장 등을 받고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053)424-2243

 

"여체를 바라보는 남성예술가들의 시각 뒤집어"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 불리길 원하는 키키 스미스는 기존 여성의 신체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집는다. 대구에서 키키 스미스 초대전을 처음 마련한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키키 스미스는 여성의 몸을 심미적으로 바라보는 남성예술가들의 전통적 표현을 전복시키는 기괴한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은 철학 및 사회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인간 본성의 정신적인 측면까지 다루고 있어 많은 예술가들 사이에 선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41119.01022075551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