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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하트를 보면 사랑만 떠오르나요? Oct 06, 2011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2011.10.06

 

 

美 작가 짐 다인 개인전

 


"내 그림 속 하트(heart)를 사랑의 상징으로만 여긴다면, 형태만 보고 쉽게 생각하는 거다. 피 흘리는 심장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내 하트는 총체적 상징이다. 나는 하트로 온 우주를 그리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청담동 리안갤러리. 컬러풀한 아크릴 물감이 잔뜩 묻은 가로 152.7㎝, 세로 183.2㎝의 화면을 목탄으로 그린 하트가 가득 채웠다. 미국 작가 짐 다인(Dine·76)의 2011년 작 '모래 땀 그리고 김치(Sand Sweat and Kimchi)'다. "나는 캔버스에 접착제를 바르고 '모래'를 뿌려 단단한 표면을 만든 후에 색을 칠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땀'이 난다. '김치'는? 한국 전시회에 낼 작품이니까!"

 
6일부터 내달 19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점과 대구점에서 짐 다인 개인전이 열린다. 출품작 15점 중 하트 그림이 10여점이다. 준비차 방한한 다인은 "1960년대 중반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무대 디자인을 맡으면서 처음 하트를 그렸다. 이후 수많은 하트를 그렸지만 그중 단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다. 내 하트는 마치 불사조처럼 재창조(reinvent)된다"고 했다.

 

모티프를 하나 정하면 수십 년간 천착하는 것이 다인의 특징. 1964년부터 실내용 가운을 꾸준히 그려왔고, 1990년대 말부터는 피노키오에 몰두하고 있다. 전시에 높이 82.6㎝짜리 목조 피노키오를 내놓은 다인은 "피노키오를 어린이용 디즈니 만화로 여기면 안 된다. 피노키오 원작 소설은 말하는 나무토막이 진정한 인간이 되고자 분투하며 갖은 고난과 모험을 감내해가는 이야기다"라고 했다.

 

오하이오 출신인 다인은 1959년 뉴욕으로 이주, 당시의 최첨단 예술인 '해프닝(Happening·행위예술)'을 시도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60년대엔 각종 공구(工具)를 비롯한 일상적 사물을 그리거나 화면에 부착하는 작업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등과 함께 팝 아티스트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전통적인 드로잉 작업에 전념, 마침내는 표현주의적인 기법을 채택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다인은 "나를 팝 아티스트로 불러도 상관없지만,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고 했다. 팝 아티스트들은 일상적인 사물을 사용하되 감정을 배제했지만, 자신이 사용했던 일상의 사물엔 사적인 기억이 얽혀 있었다는 것. "내 작업 소재였던 망치는 어릴 때부터 내 곁에 있었던 망치였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대량생산의 산물이 아니었다. (다인은 철물점집 아들이다.) 어느 날 생각했다. '나만의 망치'를 왜 버려야 하나? 그 이후로 나만의 길을 갔다."

 

어린 시절 난독증을 앓은 다인은 "예술이 내 인생을 구했다"고 했다. "예술을 통해 손으로 공부 말고도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예술은 내게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고,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가르쳐줬다." (053)424-2203, (02)512-2243

 

 

 

http://art.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06/20111006002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