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김수영기자
2013.12.02
동네잔치·관람객파티… 전시회 즐기러 간다
▲ 리안갤러리는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 개막식에 동네 주민을 초대해 동네잔치를 열었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잔치의
흥겨움을 더하기 위해 국악공연도 마련했다. <리안갤러리 제공>
그림 전시장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작가일까, 아니면 관람객일까. 기존 전시장에서는 작가들이 주인공이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니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관람객이 없는 전시장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작가들이 전시를 하는 것 자체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 데도 그 동안 전시장에서 이들 관람객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전시를 하면 관심이 있는 관람객들이 보고 가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전시 개막식 등에도 일반 관람객들은 찾기 힘들고 작가와 지인, 화랑이나 미술관과 관련된 사람들이 주로 찾았다.
하지만 최근 지역미술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시 개막식에 동네 주민을 초대하는가 하면, 관람객들을 위한 파티를 여는 전시장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주민, 더 나아가 시민들과 호흡하는 전시회를 꾸미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리안미술관, 동네잔치 열어
리안갤러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최정화의 개인전(28일까지)을 열면서 색다른 기획을 했다. 전시의 기획도 독특한데 개막식도 이에 걸맞게 색다르게 마련한 것이다.
최정화의 전시는 리안갤러리가 있는 동네를 활용한 현장 설치작업으로 진행됐다. 동네 15가구의 집을 비롯해 공터, 골목 등을 활용해 설치미술을 완성했다. 동네 공간 곳곳에 그의 작품을 놓아두는가 하면 골목길, 계단철책 등을 최정화만의 손길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동네 곳곳 설치미술전
주민 배려에 감사하며
개막식서 막걸리 등 잔치
이 작업을 하면서 리안갤러리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흔쾌히 집을 빌려주는 주민들도 있지만 자신의 집은 물론 동네를 이상하게 만든다고 반대하는 주민들도 꽤나 있었다.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전시작품에 대한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거쳐 이 전시를 오픈했는데, 개막식때 동네 주민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마을잔치를 열었다.
리안갤러리 김혜경 큐레이터는 “마을주민이 50여명이나 참석했다. 전시를 위해 집을 빌려주신 분들이 많았다. 나이드신 분이 많아 손주들을 데리고 온 분도 상당수였다. 대부분의 주민이 갤러리를 처음 방문했다고 했다. 그래서 신기해하는 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가야금 연주 등 국악공연을 펼치고 음식도 일반 전시오픈행사와는 달리 구성했다.
김 큐레이터는 “최정화 작가의 설치작품을 배경으로 공연을 하니 색다른 풍경을 연출해 재미있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음식도 어른들이 좋아하시는 막걸리, 지짐이, 오뎅 등으로 준비했다. 온가족이 함께 와서 같이 음식을 드시고 전시를 보는 분들도 있어 개막식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고도 말했다.
이번 개막식의 반응이 좋아 리안갤러리는 오는 12일 마을잔치를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갤러리 앞의 은행나무에 빨간 꽃을 달아 만든 ‘겨울꽃’이란 작품의 오프닝을 겸해 마을잔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김 큐레이터는 “주민들의 협조가 없었으면 이번 현장설치전은 불가능했다. 다소 불편한 점이 있을텐데 이렇게 협조해줘 감사하다. 앞으로도 주민들과 소통하는 갤러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관객초대파티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난 10월 기획전으로 연 ‘뜻밖의 초대전’의 전시 마지막날 관람객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 걸맞은 여러 음식을 차려놓고 작가와 관람객들이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은 물론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보여줬다.
뜻밖의 초대전은 작가만이 아니라 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해주는 관람객도 전시의 주인공임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초대파티와 함께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전시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박민영 학예연구사는 “일반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작가가 그린 작품을 보는 피동적 성격이 강했다. 이번 전시는 이런 관람객들을 능동적으로 바꿔 직접 전시의 주체가 되도록 해보자는데 기획의도가 있다. 관람객들이 주체가 되면 전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미술 전반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전시”라고 설명했다.
작가와 관람객 대화 시간
작품감상 등 참여 행사도
능동적 주체, 반응 뜨거워
10월 중순부터 3주간 열린 이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함께 이들 작품을 보고 관람객이 느낀 점을 글이나 그림으로 남긴 것을 전시하는 관람객참여행사를 진행했다. 전시작 보고 질문하고 답하기, 작품의 이미지에 덧붙여 그리기, 작품의 스토리 만들기 등의 주요프로그램이었다. 전시기간에 3천여명이 참석했으며 관람객의 이런 활동의 결과물을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해 일반인이 보도록 했다.
박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전시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해보니 이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점에서 착안해 이를 한단계 발전시킨 행사로 만들었다. 체험프로그램은 미술작품을 만들어보는 형태가 많은 데 비해 이번 프로그램은 전시작에 대한 관람객들의 생각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더욱 반응이 뜨거웠다”며 “기존 체험프로그램이 아동 중심이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참여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