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세정 기자, 사진 성일권 기자
2010.06.04
美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 국내 첫 개인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는 듯 꽃이 하늘거린다.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꽃잎의 흔들림과 잎새의 정교함은 마치 천국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환상적인 색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답답한 건물의 벽이 열린 하늘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빛으로 자연을 그리는 미국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국내 첫 개인전이 7월 3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영상 설치작가로 독특한 작품을 발표해왔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주어진 공간에 대한 해석과 관객 참여가 요구되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3일 리안갤러리에서 만난 스타인캠프는 처음 선보이는 작품 ‘화이트 웨딩('White wedding) 설치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꽃과 나무의 이미지를 발표하고 있다.
“자연이 빛에 반사되어 우리에게 색으로 인식되는 겁니다. 그래서 색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가 자연이라고 생각했죠.”
그의 작품에서 ‘빛’과 ‘건축’은 중요한 요소다. 건축은 작품에 영감을 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새로운 공간에서 진화한다. 영상 작품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관객들에게 소통을 시도한다. 그의 전시에선 작품 속에 관객의 그림자가 비쳐도 전혀 실례되지 않는 이유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 ‘라푼젤’은 꽃덩굴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건축 공간에서 자연의 영상이 그 공간을 바꾸고, 그 이미지는 사람을 닮아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작품이죠.”
자세히 보면 부드럽게 일렁이는 꽃과 나무의 움직임은 사람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다.
그는 페미니즘이나 정치적 이슈를 작품 속에서 놓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비판한 작품 ‘지미 카터’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작은 꽃의 움직임을 통해 여성의 성 상품화를 반대하기도 한다.
“1950년대에 태어나 1970년대를 겪으면서 여성으로서 사회적 제약을 많이 경험했어요. 페미니즘을 놓을 수 없는 이유죠.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전쟁을 반대하는 저항의 한 방법이 바로 작품이고요.”
이러한 작가 정신은 그를 ‘여성주의 작가’로 국한하지 않고 그 영역을 넓혀준다. 그의 작품은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연초록의 봄빛을 띠던 나무는 점차 짙푸른 색으로 변해 여름의 녹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면 가을빛 나무로 서서히 물든다. 관객이 잠시 서 있는 동안 사계절 나무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예술 작품이 공간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053)424-2203
https://news.imaeil.com/Culture/2010060407271520199?ismobile=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