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최재수 기자
2017.09.11
독일 거장 이미 크뇌벨 개인전
회화-조각 넘나드는 추상미술의 마술사
알루미늄 회화 10여점 선보여
리안갤러리서 내달 14일까지
‘추상회화의 마술사’로 불리는 이미 크뇌벨(사진)의 개인전이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크뇌벨은 독일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은 독특한 형태의 화면 구성과 대담한 색채 운용으로 가장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회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크뇌벨은 생기 넘치는 색의 운용과 형식적 추상화의 놀라운 힘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알루미늄 회화 10여 점을 선보인다.
크뇌벨은 캔버스의 닫힌 영역을 벗어나, 형태의 다양한 변주와 대담한 원색의 사용으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각적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구축해 왔다. 크뇌벨에게 가장 중요한 재료는 ‘알루미늄’이다. 1990년대부터 작가는 오래된 거울의 프레임 속에 층층이 겹친 금속 막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후 알루미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Bild’ 시리즈는 조립식 알루미늄을 기하학적인 여러 형태로 잘라내고 서로 다른 색면 패널을 조합해 형태의 자율성을 추구하며, 차가운 금속 위를 지나간 붓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 색채가 가진 근원적인 생동감과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인 ‘Anima Mundi’ 시리즈는 2011년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밝게 채색된 4개의 색 프레임으로 중심 화면 네 면의 각 둘레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이는 직관과 계산 사이의 새로운 조형 방식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작업으로 이는 마치 말레비치의 상징적인 사각형으로 회귀하는 듯 보이지만, 크뇌벨만의 색의 환원적인 사용으로 작가만의 독자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전통회화의 표현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크뇌벨은 요셉 보이스, 말레비치, 몬드리안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지난 50여 년간 크뇌벨은 조각처럼 만든 캔버스를 바탕으로 건축적인 추상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왔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뇌벨의 이중적인 공간 미학은 현대 회화 양식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해 주었으며, 더불어 회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원근법에서 나타나는 수직과 수평구도의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는 여지를 만들어냈다. 그의 알루미늄 회화 작업은 벽면과 사각의 틀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며, 알루미늄의 차갑고 딱딱한 성질을 뒤덮은 풍부하고 화려한 색채와 화면에서 보이는 힘찬 붓질은 감성적인 회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크뇌벨의 작품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스위스 쿤스트 뮤지엄 상트 갈레, 오스트리아 클로스터노이부르크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0월 14일(토)까지.
053)424-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