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루이터는 1968년 워싱턴 D.C에서 출생하여 현재 비엔나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운동경기를 관람하며 환호하는 관중, 도시의 공원 또는 일상의 거리풍경 등 매우 평범한 장면들을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시키는 리사 루이터의 작업은 페인팅과 드로잉, 사진과 필름 등 다양한 장르가 하나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팝 아트의 빌보드, 만화 그리고 표현주의 등 하나의 화면 속에서 다양한 형식을 통합하고 있는 리사 루이터의 회화는 정통적인 회화양식과 영상 또는 사진의 만남과 결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써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근대회화와 현대사진의 중간지점에 위치시키고 있다.
먼저 사진을 찍고. 프로젝션을 이용해 검은 외곽선을 그리고 밝은 색과 보색을 이용해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치는 작품 속 장면은 마치 어떤 이야기의 한 장면을 스넵샷으로 담은 것처럼 보인다. 내적 내러티브를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운 리사 루이터 이미지의 특징은 보여지는 것 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잠재적으로 담겨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그녀의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서로 흩어져 있는 각각의 퍼즐을 하나씩 맞추어 갈 때의 즐거움을 갖게 한다.
프랑스 로팩 갤러리(Ropac Gallery), 스위스 아트 앤 퍼블릭아트 갤러리(Art & Public Art) 등에서 다양하게 전시하였으며, 유럽의 미술관을 비롯하여 뉴욕의 MoMA 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또한 베를린, 비엔나, 브뤼셀, 제네바에서 열린 자신의 개인전에서 모든 작품이 솔드 아웃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번 리안갤러리 전시에서는 백화점이나 부티크 샵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 윈도우를 주제로 한 작품 7점을 선보이는데 이는 리사 루이터의 가장 큰 규모의 국내 전시가 될 것이다.
토마스 루프는 1958년 독일에서 태생으로 1977-85년까지 뒤셀도르프에서 현대사진계의 대부인 Bernd Becher 에게서 사진수업을 사사 받았다. 현재는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같은 종류의 사진을 여러 장 제작하여 그들 사이의 유사성과 공통점을 모색하는 시리즈 작업을 해 오고 있는 토마스 루프는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되는 과학자의 실험처럼 수 차례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의 창조에 다가간다. 예술 매체에 대한 지극히 비판적이고도 관념적인 접근은 16편의 연작에 달하는 루프의 전 작품을 관통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리안갤러리 전시에서는 토마스 루프의 'Nudes' 시리즈, 'm.d.p.n.' 연작, 그리고 'Substrata' 시리즈에 해당하는 작품이 소개된다.
'm.d.p.n. 2002-2003'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건설된 평범한 건물을 인물사진에서처럼 가능한 엄숙하게 촬영한 루프의 건축사진은 인물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경우 전면을 배제하고 사진의 주제를 중앙에 위압적으로 위치시키고 지극히 중립적인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삼았다. 수평선과 수직선이 주를 이루는 차분하면서도 엄격한 사진적 조형은 보는 사람의 눈을 자연스레 건물로 이끌어 건축물, 그리고 건축사진이라는 장르와 조우하도록 했다. 건축물 연작에서는 일부 사진을 디지털방식으로 처리하여 사진의 구조를 방해하는 디테일을 제거하거나 영상적 조형에 대한 과감한 조작적 개입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건축시리즈 사진들 속에서 건물은 단지 배경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건물이 가지는 이미지가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 1929년 건축의 대가인 루이기 코센짜(Luigi Cosenza)가 설계한 나폴리 수산시장을 담은 [m.d.p.n.]연작은 루프 자신의 사진과 자료실 사진을 조합하여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처리함으로써 고전적 건축양식에 새롭고도 독자적인 이미지를 창조해 냈다.
'Nudes, 1999-'
인터넷에서 누드사진을 조사하던 중 포르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루프는 이 분야의 모델들을 대상으로 [누드] (Nudes, 1999년 - )를 시작한다.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의 사진은 대담한 리얼리즘을 통해 '벌거벗은' 진실을 보여주는 '다른 종류의 누드 사진'으로서 성적 긴장감이 감도는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섹스 사이트의 내용 및 가상 이미지 속에서 루프는 그 이미지들의 열학한 해상도와 (72 dpi) 거친 픽셀구조를 발견하게 되고 이런 사진적 특징은 이 사진들에 분명한 인위적 성격을 부여하고 현실의 해석 및 묘사에 있어 일종의 모범을 제시하였다. 또한 일부 사진들은 사진적 조형이나 조명, 몸의 색감이나 위치에서 고전 누드화를 연상시켜 이 사진들의 미학적 영역이 부르주아 사회의 자유 공간으로 옮겨진 듯 했다. 누드 연작작업을 통해 루프는 외설적이고 노출증적이지만 간혹 '아름다움'의 흔적을 갖는 인터넷 포르노라는 영상세계에서 현대 '누드화'를 발견하는데 성공하였고 그의 재구성 방식을 통해 포르노 분야에 경의를 표하고 일정 정도의 품위를 부여하고자 했다.
'Substrata, 2001-'
정확하고 선명한 테두리선, 독특한 색상의 조화 그리고 소설적 나레이션 등 일본 만화의 특징을 채용한 [Substrata]에서 루프는 여러 층의 이미지를 선명한 테두리 선으로 구분하여 교차 중첩하여 이미지 뿐 아니라 영상적 내용 역시 서로 중첩되고 통합되는 결과를 얻는다. 이 새로운 연작의 사진들이나 모델들은 원칙적으로 어떠한 현실도 반영하지 않고 전적으로 가상의 산물로서 '만화 예술가'의 상상에서 태어나 컴퓨터에서 발전된 것이다. 인터넷상의 이미지 홍수의 일부로서 사진과 정보가 서로 겹쳐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부분이 실제고 어느 부분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처럼 'Substrata'는 이미지와 정보가 너무나 밀접히 상호 중첩되어 종국에는 의미적으로 공허한 이미지만이 남는 시각적 진공을 관통한다. 이는 특징적인 사물의 특징 없는 본질로 보이는 근원 (substratum)이 되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자기결정적이고 자생적인 하나의 체제가 되어 그 속에 내재하는 일관성 및 모순으로부터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발레리아 라이베르만(Valeria Liebermann)의 토마스 루프의 사진세계(Thomas Ruff's pictorial world), 2004 중에서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