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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Cha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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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sama Yayoi Apr 09 – May 03, 2008 | Changwon

The World of Vision 

끊임없이 확장되는 둥근 점과 그물망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는 강박관념과 환각증으로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정신세계를 창조로 전환한 독특한 예술세계이다. 젠더화 혹은 틀에서 벗어나려는 성격을 뚜렷이 하고 있는 쿠사마의 예술은 그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환각이나 불안증의 표현보다 밝고 경쾌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1929년 일본 나가노 부유한 가정의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쿠사마 야요이는 부유한 가정환경과는 달리 보수적이고 엄하기만 하였던 권위적인 어머니로 인해 강박증에 시달렸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실제로 겪게되면서 어린시절부터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다.

1950년대 말 뉴욕으로 건너간 쿠사마는 반전, 성해방, 인권보호 운동 등 당시 정치사회적 입장을 밝히는 해프닝을 전개하고, 사회적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전위적 정신을 표방하면서 본격적인 예술가로서의 활동 시기를 시작한다. 도널드 저드,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등 당시 실험적 현대미술을 시도했던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팝아트, 미니멀리즘, 해프닝 등 다양한 예술형태를 연결하고 융합한 쿠사마는 그물 모양의 패턴이 화면 전체를 뒤덮은 '무한망, Infinity Nets' 시리즈와 '물방울 무늬, Dots Obsession'의 모노크롬 회화에서 오브제, 해프닝, 설치미술까지 자신의 작업을 확장시키며 여타 장르간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쿠사마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반복, 확산, 일체감 등은 쿠사마의 작품 속에 내재된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그녀의 작품은 관객을 자신의 예술세계로 끌어들이기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쿠사마의 트레이드마크인 'Infinity Nets' 는 뉴욕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도했던 페인팅 시리즈이다. 끝도 없이 계속해서 반복 확산되는 작은 점들로 뒤덮인 올 오버 페인팅인 'Infinity Nets'는 작가에게 있어서 기존의 회화적 구성과 색채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의 잠재의식에 자리 잡고 있던 무한의 자유로운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확장과 반복의 이미지는 쿠사마가 자신에게 나타나는 환각증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되었고 환각을 작품으로 옮기면서 자신은 텅 빈 상태로 돌아가는, 즉 자신의 환각증세를 치료 도는 비우는 과정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하나의 요소를 확장시킴으로 환각을 비워버리고 환각 속에서 자신을 소멸시키는 쿠사마의 자기 소멸 방식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장치들을 만드는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은 한정된 현대미술사의 분류에 속하기를 부정한다. 자전적 혹은 자기발견의 과정으로, 또 때로는 강박과 환각에 시달리는 삶과 세상과의 싸움으로 보이는 그녀의 예술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유머와 대담한 시각적 풍요를 보여준다. 평생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환각증세를 정면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발전시켜 분명한 형태를 부여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환영세계는 우리로 하여금 그녀의 예술적 재능과 광기를 동시에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