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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Park Good Girl May 07 – Jun 28, 2025 | Daegu

리안갤러리 대구는 추상과 구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흑백의 단순한 색채를 통해 복잡한 현대인의 감정 및 심리의 깊이를 표현하는 애나 박의 개인전 < Good Girl >을 개최한다. 작가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일찍이 글로벌 아트씬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있는 한국 작가로 이번 전시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애나 박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9년 현대 팝아트의 거장 카우스(KAWS)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면서 자신의 SNS에 찬사를 올린것이 아트씬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이후 작가는 2020년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감독의 <맹크, Mank>포스터 제작에 참여하고 대학 졸업 후 1년만인 2021년 뉴욕 하프 갤러리(New york Half gallery)개인전, 블룸앤포 갤러리(현 Blum Gallery)도쿄 개인전에서 모든 작품이 솔드 아웃되면서 미술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여기에 세계적인 팝 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가 소장한 작품이 앨범 특별판 커버로 제작되는 이슈까지 더해지며 작가의 인지도는 급상승하였다. 다음해인 2022년 사바나 SCAD미술관(SCAD Museum of Art)개인전 및 2024년 퍼스의 서호주 미술관(Art Gallery Of Western Australia)개인전과 유수 미술관의 작품 소장 소식들은 말그대로 작가의 광폭 성장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애나 팍은 유년기때부터 조용히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미술로 진로를 결정한 이후에 만난 목탄은 어린시절부터 드로잉을 즐긴 그녀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체가 되었고 순간적으로 기억을 남기듯 스며드는 목탄 특성에 매료된 작가는 이를 드로잉을 위한 부차적인 활용이 아닌 메인 재료로 지금까지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작가는 소셜 미디어로 가득 찬 환경 속에서 정체성, 성, 그리고 권력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다루며, 이러한 사회적 환경이 자신뿐만 아니라 여성성의 표현적 측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애나박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순한 색채로 구성되었지만 유화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지녔다는 점, 첫눈에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이미지의 혼재는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는 점이다. 초기작은 주로 인물화, 군상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흑백의 극명한 대비가 두드러지며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목탄 특유의 뭉개진 효과와 속도감이 주를 이룬다.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뒤엉킨 형상들, 비틀린 각도와 속도감은 감정적 포즈를 극대화시키고 인물의 움직임을 추상적으로 분해해서 정적인 캔버스 위에 동적인 감각을 그대로 녹여낸다. 이는 마치 현대인의 응축된 불안과 공포가 극적으로 폭파하듯 시너지 효과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 평론을 맡은 유진상은 20대인 작가가 이렇듯 비극적인 세계관을 견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면서도 현대 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생각하면 작가의 세계관에 어느정도 수긍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코로나 발발 전·후로 작품 스타일의 변화에 주목하며 전자는 급진적으로 대상의 운동 궤적의 중첩과 파열로 이루어진 곡선들로 추상화된 화면이 혼란스러웠다면 완화 이후 영화나 광고에서 차용한 듯한 정형화된 여성들의 신체가 관음증과 물신화의 성적 기호로 단순화되거나 반복되고 있다고 평하였다.  

 최근 작품들은 캔버스 바탕 위에 텍스트와 프레임이 레이어로 겹치며 보다 입체적인 표현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2023년 모마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개최된 애드 루샤(Ed Ruscha)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문자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작업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대부분 광고, 영화, 또는 휴대폰 메모 앱에 저장해 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발췌되었고 주로 글자와 사물이 엉킨 배경속에 프레임 형식의 삽화가 대비되는 형식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삽입된 프레임과 텍스트는 격렬하게 아우성치던 캔버스의 표면을 조금씩 분리하기도 하고 문장의 서사로 작품의 맥락을 바꾸기도 한다.  

이번 전시은 모두 2025년 최신작으로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여성성의 정의 및 역할에 대한 주제를 바탕으로 여성으로써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압박감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이해에서 출발했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범람하는 소셜미디어 및 광고에서 흔히 묘사되는 틀에 박힌 은유적 이미지들을 발췌하는것으로 시작하지만 작품에 재해석된 모습은 관념에서 벗어나 고정관념을 깨고 스스로 자신들의 세계에 참여하는 존재로 새롭게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바램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작품세계에 담긴 다양한 이슈와 담론들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며 향후 그녀의 작품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함께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About Artist 

 애나팍은 1996년 한국(대구) 출생으로 뉴욕 예술 아카데미(New York Academy of Art)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AXA 아트 프라이즈(2019)에서 수상과 Strokes of Genius 11: Finding Beauty(2019)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호주 퍼스의 서호주 미술관(Art Gallery of Western Australia), 중국 항저우의 BY ART MATTERS, 지브롤터의 포트리스 하우스(Fortress House),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하이 미술관(High Museum of Art),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현대 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홍콩의 K11 아트 재단(K11 Art Foundation),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페레즈 미술관(Pérez Art Museum)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