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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ahn Gallery Seoul is pleased to present "My Frame Your Frame”, a solo exhibition by the Dutch artist Katinka Lampe (b.1963~), from November 23, 2023, to January 10, 2024. This is her third solo exhibition with Leeahn Gallery.
It is conspicuous that the exhibition title “My Frame Your Frame” repeats the word “frame” twice. What is a frame? It is, before anything else, a constraint. It conditions how we see things, forcing us to view a specific object in a specific way. Lampe's paintings are characterized by bold croppings, unique angles, zoom-ins, and larger-than-life representations, which are various ways of creating frames.
Lampe does not conceal the fact that her paintings are "photography-based", which doesn't mean that she uses photographs as mere references for her painting. It rather indicates that the actual basis of her oil paintings is photography. Before picking up her brush, Lampe starts by setting up scenes, using models, props, and lighting and takes photographs. At the end of this process, a “frame” is obtained. In a sense, Lampe’s oil paintings are not only ‘based’ on photo stills, but are, to an extent, photo stills in themselves. This is why her works often imply a sense of (although ambiguous) dramatic context, despite her efforts to eliminate narrative elements.
Katinka Lampe's artistic output tends to be associated with the great Dutch portrait painters such as Rembrandt, Vermeer, and Hals. However, if we look closer, her way of working appears to have more in common with the French Impressionists. As art historians point out, 19th-century French painters discovered the charm of the "unexpected angle" and the “fortuitous view” with the camera, and actively used photography in their work. When one looks at Lampe's paintings, it is hard not to be reminded of Degas, the master of unusual framing.
"Is this show Instagrammable?" has become the question we cannot ignore anymore in today's art world. One might be tempted to point out that Lampe's first solo exhibition was held the same year (2010) as the launch of Instagram, and find it symptomatic. However, whether Lampe's paintings are "instagrammable" or not is not a pressing question. The crucial point is that Lampe's work raises questions that so-called "Old Masters" couldn't possibly imagine. AI tools that allow us to transform a photo into a painting and vice versa with a single click have become ordinary. It is highly probable that Lampe’s slow and labor-intensive process of transforming a photo into an oil painting can be digitally automated. Lampe’s practice reminds the viewer of the self-evident, yet easily forgotten fact that making a meaningful statement through art requires time. With every layer added, Lampe’s frames become clearer.
There is no doubt that Katinka Lampe's paintings are ‘representational’ paintings. It would be absurd to claim that Lampe’s depictions of human figures are abstract in any way. However, they have a quality that seems to have not much to do with the fundamental task of representation. There is something that remains to be interpreted by the viewer on the non-representational, or conceptual level. The peculiar ambiguity inherent in Lampe paintings is reminiscent of the dizzying effect one might get from the ‘detail’ of an artwork. The ‘detail’ plate in art history books is obtained by cropping and enlarging a specific part of an artwork. It can make the artwork feel more intimate and familiar, but at times it turns the artwork into something completely foreign and uncanny. This is because a ‘detail’ is not meant for aesthetic appreciation, but rather encourages the reader to see the artwork from a new perspective. Isolated from the whole, the detail gains a certain autonomy, compelling the viewer to shift their perspective. The sweet Verfremdungseffekt created by Lampe's paintings does exactly that. Her preference for the term "painted construction" over "portrait" is to be understood in this context. By creating frames for the viewer, Lampe invites the viewer to take a step back from the flood of images that surrounds us, to notice unexpected details, and to reflect on our condition from a new perspective.
리안갤러리 서울은 2023년 11월 23일부터 2024년 1월 10일까지 네덜란드 작가 카틴카 램프(Katinka Lampe, b.1963~)의 세 번째 개인전 《My Frame Your Frame》을 선보인다.
카틴카 램프의 회화 작업은 렘브란트, 베르메이르, 할스 등 네덜란드의 위대한 초상화가와의 연관 속에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 겹 벗겨보면, 램프의 작업방식은 프랑스 인상주의자와 닮은 부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미술사가 곰브리치의 지적처럼, 19세기 프랑스 화가들은 카메라를 통해 ‘예기치 않은 각도'랄지, ‘우연한 광경'의 매력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그림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실제로 램프의 회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과감한 프레이밍의 대가인 드가를 떠올리지 않기 어렵다.
전시 제목 《My Frame Your Frame》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프레임'이라는 단어의 반복이다. 프레임이란 무엇인가? 다른 것이기 이전에, 하나의 강력한 제안, 혹은 제약이다. 프레임은 우리의 보는 방식을 조건짓는다. 특정한 대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볼 것을 강제한다. 램프 회화의 특성인 과감한 크롭(잘라내기), 생경한 앵글, 줌인, 실제보다 큰 재현… 모두 프레이밍을 수행하는 램프만의 방식이다.
램프는 자신의 회화가 ‘사진 기반 photography-based’ 작업임을 은폐하지 않는다. ‘사진 기반’이란, 단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레퍼런스로서 사진을 참조했다는 의미이기보다는, 차라리 유화 작업의 기반 자체가 사진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램프는 붓을 들기에 앞서, 모델, 소품, 조명을 동원해 장면을 구성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 과정에서 크롭이 이뤄지고, 앵글이 결정되며, 프레이밍은 완성된다. 요컨대 램프의 유화는 사진에 ‘기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는 사진인 셈이다. 서사성을 가급적 배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램프의 작품에서 어떤 ‘정황’에 대한 강한 암시를 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이 전시는 인스타그래머블한가?” 는 오늘날 미술세계에서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물음이 되었다. 혹자는 인스타그램의 출시와 램프의 첫 전시가 같은 해에 (2010년) 이뤄진 점을 가리켜 징후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램프의 회화가 인스타그래머블 한지 아닌지 여부는 시급한 답변을 요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이른바 ‘올드 마스터Old Masters’가 상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램프는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 한 번의 클릭이면 사진을 그림으로, 그림을 사진으로 뒤바꿔주는 AI 툴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 사진을 유화로 옮기는 램프의 더디고 노동집약적인 작업은 분명 자동화 가능해 보이지만, 예술을 매개로 한 모든 유의미한 진술은 충분한 시간을 요구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램프의 회화는 상기시켜준다. 얇은 물감 레이어를 조심스럽게 한 겹 한 겹 쌓아 올릴 때마다, 램프의 프레임은 그만큼 더 선명해진다.
램프가 그린 인간 형상은 어느 모로 보아도 추상화는 아니며, 재현 회화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는 재현의 기본 과제와는 무관해 보이는 무언가가 덧붙여져 있는 듯 하다. 그것은 비-재현주의적인 층위, 이를테면 개념적인 층위에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램프의 회화에 품겨져 있는 이와 같은 모호함은 누구나가 이른바 ‘세부' 도판에서 느껴본 적 있을 가벼운 현기증을 연상시킨다. 미술사 서적의 ‘세부' 도판은 작품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어(crop) 확대함으로서 얻어진다. 세부 도판은 작품을 한결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지게 하지만, 때로는 작품을 전혀 생경하고 낯선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미학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특별히 재단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전체에서 떼어져 나온 세부는 일정한 자율성을 얻어, 보는 이에게 관점의 전환을 강요한다. 램프의 유화가 일으키는 감미로운 소격효과는 바로 그런 성질의 것 아닐까? 작가가 ‘초상화’라는 단어 대신, ‘그려진 구성물 painted construction’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테다. 램프의 회화는 우리를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는 이미지의 홍수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디테일을 눈치채고, 삶의 조건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