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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18205, 2020, Oil on canvas, 180 x 130 cm
  • 1318207, 2020, Oil on canvas, 180 x 130 cm
  • 1318206, 2020, Oil on canvas, 180 x 130 cm
  • 5075195, 2019, Oil on canvas, 75 x 50 cm
  • 6075201, 2020, Oil on canvas, 75 x 60 cm
Katinka Lampe Anonymity Sep 17 – Oct 31, 2020 | Daegu

리안갤러리 대구는 2020년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네덜란드 작가 카틴카 램프(Katinka Lampe, b.1963~)의 두 번째 개인전《Anonymity》를 개최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카틴카 램프는 감각적인 색채를 사용하여 어린 아이의 여리고 몽환적인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작업하고 있다. 2012년 리안갤러리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한 이후 8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포함한 회화 17점을 선보인다.

 

카틴카 램프의 작품에는 그의 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인종 배경을 가진 모델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러한 모델은 작가의 뛰어난 미감으로 정밀하게 묘사되지만, 대상에 대한 사실적인 재현은 램프 작업의 특징과 거리가 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익명성’은 램프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작가는 인물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며, 작품의 제목 역시 이름이 아닌 일련의 숫자로 붙여진다. 실제 인물의 특성은 없애고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재창조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한 정체성에 구속되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 전통적인 초상화가 주로 인물의 정체성과 감정을 나타냈다면, 램프의 초상화는 관객이 화면 속 이미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투사하여 성찰의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램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거울처럼 반사하는 이미지(Reflective Images)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즉 관람자의 실제 경험을 반영하고 그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위로한다.

 

한편 그녀의 작업 과정은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 최대 10겹으로 페인트칠을 하며 각 층은 건조하는데 일주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엄격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회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천천히 여러 층을 벗겨내고, 캔버스 위에 자리잡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지하 1층에 전시된 <6080181>(2018)은 카틴카 램프 초상화의 회화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여자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붓 자국이 선명한 부분을 문질러 윤곽을 흐릿하게 표현한 것인데, 이는 화면 속에 기법이나 테크닉과 같은 작가의 존재감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붓 자국이 제거된 매끄러운 화면을 통해 온전한 이미지가 작품을 지배하도록 만든다.

 

옆모습을 담은 작품 <1318206>(2020)에서 여자아이는 하얀 베일을 덮어 쓰고 있다. 어두운 배경과 강한 대비를 이루어 시선을 사로잡는데, 베일은 종교적 의미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 중세시대를 떠오르게도 한다. 사회 다방면에 걸친 작가의 관심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작품에 드러나며 관객이 주관적 의미를 담아 해석하기를 제안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작품 속 인물들의 시선 처리다. 인물들은 정면을 직시하기 보다는 시선을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시에 유심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관객에게 상당시간 그 자리에 머물며 화면 속 인물을 응시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으려고 애쓰던 관객은 어느새 그 관찰의 방향이 자기 자신에게로 전환되어 있음을 자각한다. 작품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레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며 색다른 미적 체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글. 홍세림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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