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n the Line, 2018, Steel, powder coating, aluminium, 187.2 x 208 x 202.8 cm
- Line, 2018, Aluminium, anodizing, laser marking, 84 x 60 x 0.5 cm
- Line, 2018, Aluminium, powder coating, aluminium sheet, 120 x 90 x 15 cm
- On the Line, Aluminum, anodizing, silkscreen, 103.4 x 170 x 37.4 cm
- ©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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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기반으로 자(ruler)의 고유한 조형적 잠재성을 탐색하고 있는 설치작가 김승주의 개인전 《온 더 라인 On the Line》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2018년 3월 16일부터 4월 28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자가 가진 엄격한 직선, 그리고 눈금 표시와 같이 자 그 자체가 가진 독특한 조형성에 주목하여 정확한 길이를 측정하거나 정밀한 직선을 긋기 위해 사용하는 실용적 도구로서의 기능이 아닌, 순수한 형상적 가치를 지닌 오브제로서의 새로운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눈금 기호는 일종의 문양으로서 기능하며, 직선의 자 형태는 비논리적으로 확대되거나 뒤틀린 곡선으로 표현되어 자가 설치된 공간 안에서 새로운 맥락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전까지 작가는 주로 자의 엄격한 직선을 고수했고, 2015년의 개인전에서 처음 도입한 곡선의 형태가 소극적 실험에 그쳤던 데 반해, 이번에는 전시의 표제인 《온 더 라인 On the Line》에서 알 수 있듯이 선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잠재적 형태의 곡선과 그 곡선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갖가지 입체 조형성의 가능성 탐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하여 총 열 점의 설치작품을 제작하였다. 전시 타이틀과 동일 제목의 《온 더 라인》시리즈는 세 점의 압도적 크기의 대작으로 공간 중간의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비교적 소형으로 제작된 두 점은 벽 설치작품이다. 또 다른 벽 설치작품으로는 두 점의 평면 작업과 세 점의 입체 부조처럼 보이는 《라인 Line》시리즈가 있다.
김승주 작가는 특히 이렇게 확대된 자의 2차원적 곡선에서 드러날 수 있는 입체감을 ‘우연성’과 ‘우발성’또는 ‘불명확성’등의 방법론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비계획적이고 비정형화된 우연성을 통해 생성되는 곡선에서 작가는 마치 우연적 필획을 통해 드러나는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평면 드로잉과 같은 회화적 느낌을 3차원의 공간 안에서 펼쳐 보이고자 했다. 상하 또는 좌우로 펼쳐진 지그재그 문양의 입체 작품인 《라인》시리즈는 언뜻 보았을 때 규칙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연성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케치북을 펼치고 무계획적으로 그어 나간 선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우연성과 소묘적 느낌은 어떠한 규칙성도 보이지 않는 《온 더 라인》시리즈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공간에서 리듬체조 선수가 줄 연기를 펼칠 때 순간적, 우연적으로 만들어 내는 선 모양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작가가 만들어 낸 우연적 곡선의 다양한 형태는 그녀의 무의식에 내재하는 무한한 에너지가 직관적으로 표상된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설치작품은 주로 스틸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단단하고 강한 소재를 사용하는 데, 이는 마치 줄자처럼 보이는 곡선의 형태와 모순되는 지점이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작품들은 언뜻 무름, 연약함, 부드러움, 여성성 등의 수식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곡선의 형태를 만들어내기에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재료를 통해 얻어진 상반된 결과물로서 재료 자체가 가진 강인한 힘, 남성성 등의 이미지 속성과 공존한다. 또한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색상은 검정과 노란색인데, 이 두 색상의 선택 이유는 바로 명확성이다. 이는 어쩌면 우연성과 불명확성으로부터 창조된 형태에 색상의 명확성으로 균형감을 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잴 수 없는 자’라는 측정 도구로서의 기능이 배제된 작품에는 작가의 개념적 해석의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눈금의 정확성과 획일화된 도량형으로서의 자는 임의적으로 조작되고 확대됨으로써 그러한 획일성을 거부하고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기준과 시각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두 점의 평면 《라인》작품은 일정한 간격의 세로줄을 가로로 가로지르는 더 큰 눈금자를 통해 시각화된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갖가지 규칙과 규범들은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사회 통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의 시각과 행동을 제어하고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자’로서의 정치, 사회 이데올로기적 측면이 더욱 강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이 집단에서 벗어나는 유연한 사고와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벽 위의 정면 공간으로 자유로이 곡선을 그리며 확장하는 〈온 더 라인〉과 벽에서 관객이 서있는 공간 앞으로 확장하듯 설치된 또 다른 〈온 더 라인〉은 이러한 규범적 틀에서 벗어나려는 개인의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승주의 설치작품은 2차원의 선과 3차원 공간과의 상호적 연관관계를 보여 주기도 한다. 우리가 건물 내부의 실내 공간에서 3차원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공간을 구획하는 벽, 바닥, 천장을 연결하는 모서리의 직선을 통해서이다. 그러나 그 안의 빈 공간은 말 그대로 ‘비어 있는’ 공허일 뿐이다. 공간의 중간에 설치된 《온 더 라인》시리즈는 이러한 공간에 내재하는 잠재적 형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3차원 공간 내에서 선은 무언가가 지나쳐간 궤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서 어떤 움직임의 가시화이기도 하다(조르주 마토레(Georges Matoré)). 따라서 관객들은 비가시적이었던 잠재적 선의 실현 가능한 궤적과 움직임의 가능성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물리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작품은 선과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넘어서 관객과의 상호작용으로 확장된다. 작품을 매개로 하여 관객은 잠재적 공간을 스스로의 몸의 움직임을 통해 물리적으로 구체화한다. 곡선을 그리는 자를 따라 걷고, 그 주위를 돌며 공간의 잠재적 역동성을 드러내는 곡선을 한껏 몸으로 체감한다. 그러나 이때 자를 통한 관객의 공간 경험은 절대적 공간의 크기나 용적과는 일정 부분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관객의 경험은 극히 개인적이고 작품과 맺는 관계의 시간성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승주의 자로 된 설치작품은 각각의 관객에 따라 다양하게 감각될 수 있는 상대적 크기의 왜곡된 공간 혹은 심상적 크기의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특수한 자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김승주가 제시하는 다양한 우연적 곡선의 역동성, 시각적 리듬과 운율이 펼쳐지는 경험의 장에서 관객들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측정하고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포착해 낼 수 있다.
Leeahn Gallery Seoul is proud to present Seungjoo Kim’s solo exhibition entitled “On the Line” from March 16th through April 28th, 2018. Daegu-based installation artist Kim explores formative potentials inherent in rulers.
Noting the unbending lines of rulers, and the ruler-specific formative attributes like inch marks, Kim imparts to rulers not the functionality of drawing straight lines or precisely measuring lengths, but a new ontological value as an object assuming pure forms. The recurring regular inch marks constitute a pattern, while the linear attributes of rulers are illogically enlarged or represented as distorted curved lines, creating relationships with the new contexts within the space where the rulers are installed. Kim’s rulers used to stick to the unyielding straight lines, with the forms of curved lines first tried in her 2015 solo exhibition limited to a passive experiment, whereas in 《On the Line》 she installs ten pieces actively broadening the horizon of the potential diverse curved forms derived from the lines and the three-dimensional forms made from those curved lines as the title implies. Kim’s 《On the Line》 series comprises three over-sized pieces installed on the floor at the center of the space, with the relatively smaller two installed on the wall. Also, her 《Line》 is another wall installation series comprising two 2D pieces and three seemingly 3D relief pieces.
Kim draws upon such methodologies as ‘accidentality,’ ‘incidentality’ or ‘ambiguity’ to embody the 3D qualities that the enlarged rulers’ 2D curved lines could embody. With the curved lines generated by dint of the unplanned and informal accidentality, Kim intends to unroll in 3D space a painting-like aspect comparable to dynamic and lively 2D drawings through inadvertent strokes. Her 《Line》 series presents a 3D piece with zigzag patterns unfolding in four directions, showing some regularity at first glance far from the accidentality, but in fact the lines were randomly drawn on a sketchbook. The accidentality and the drawing-like image are manifest further in 《On the Line》 series free from any regularity. 《On the Line》 is reminiscent of those lines incidental to rhythmic gymnasts’ manipulation of ribbons or Jackson Pollock’s ‘action painting’ visualizing his inner world involuntarily via ‘automatism’. Thus, the forms made from a range of accidental curved lines created by Kim may be an intuitive representation of some infinite energy immanent in her subconscious world.
Kim’s installation pieces are largely based on sturdy materials like steel or aluminum, which contradicts the curved forms akin to tape measures. The gentle curved lines might remind viewers of softness, weakness and meekness associated with femininity, whilst in practice those curved forms made from highly challenging and cumbersome materials are not compatible with the feminine qualities but coexistent with tough masculine attributes. Also, Kim often uses black and yellow, both of which imply clarity, presumably to counterbalance the accidentality and unclarity of the forms she creates.
Kim excludes the functionality of measuring objects and implicitly conceives ‘dysfunctional rulers.’ Rulers invented originally as a uniform measuring instrument with inch marks requiring an unfailing precision are manipulated and extended to avert the uniformity and propose different reference points or angles from which viewers may look at the world. The two 2D pieces of 《Line》 are visualized by means of a larger inch-marked ruler horizontally intersecting with regularly spaced vertical lines. A plethora of rules and codes are effective and positive leverages used to control the modern society, while at the same time they restrict people’s perspectives and actions serving as ‘invisible rulers‘ characterized by socio-political ideologies. Therefore, individuals are subject to multiple constraints barring them from flexible, not collective, thinking and liberal actions.with freely drawn curved lines expanding into the space on the wall and the other 〈On the Line〉 with lines expanding from the wall toward the space where viewers stand probably imply the individuals struggling to break free from the frames of norms.
Kim’s installation pieces also describe some inter-relationship between 2D lines and 3D space. People perceive 3D components in an interior space because of the straight lines along the edges where walls, floors and ceilings meet. Still, the empty interior space is literally ‘vacant’ or nihil. Installed at the center of the space 《On the Line》 series leads viewers to feel some potential forms inherent in the space. The lines in the 3D space represent some trajectories, while at the same time they visualize some actions (Georges Matoré). Hence, Kim’s artwork allows the audience to materially experience some potential actions and viable trajectories of lines that would otherwise remain invisible.
Kim’s installation pieces are not complacent about the interactions between lines and space but extend to interactions with viewers. By the medium of her artwork, the potential space materializes as viewers move their body. They walk along and around the curved lines drawn by the rulers, and experience with their body the dynamic potential of the space created by the curved lines. Yet, here, the audience’s spatial experience via rulers is to some extent far from the absolute size or volume of the space since viewers’ experiences are extremely personal, varying with the temporality of their relationship with the installation pieces. Accordingly, Kim’s installation may be viewed as an extraordinary ruler that could measure the distorted or imaginary space whose size is relatively dependent on different angles of individual viewers. Her dynamic accidental curved lines unfurl visual rhythms and cadences, enticing viewers to measure and invaluably experience the world in unprecedented w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