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cchus, 2016-2017, 3D Digital Painting, 300 x 180 cm
- Dying Slave, 2016-2017, 3D Digital Painting, 300 x 180 cm
- Mask, 2017, 3D Digital Painting, 150 x 150 cm, Ed.3+Ap.2
- Pieta, 2016-2017, 3D Digital Painting, 180 x 180 cm
- Courtesy of the artist & Leeahn Seoul © Youngha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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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유명한 명화 속 장면들을 차용하여 등장인물들을 해골 이미지로 변환시킨 디지털 회화로 유명한 김두진 작가의 개인전 〈EARTH〉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2017년 11월 2일부터 12월 16일까지 열린다.
‘대지(earth)’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현존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다른 물질과 생명이 생성되고 잦아드는 모태이자 무덤이기도 하다. 특히 이 대지 위에서 인간은 문명을 이루어 내었고, 국가라는 인위적 경계를 구획하거나 때로는 인종적,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폭력과 전쟁을 자행하기도 하였다. 이는 모두 ‘욕망’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타자와의 차별성을 통해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어긋난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러나 욕망 그 자체는 순수한 것이다. 왜냐하면 ‘결핍을 느낀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 추구하는 마음’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같이 본능적 욕구에서부터 아름다움과 부와 같은 물리적 욕망, 그리고 지적 호기심과 더 높은 정신적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욕망하는 마음 자체에는 차별이 개입될 여지가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순수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김두진 작가에게 대지는 이러한 욕망이 이루어지는 곳 또는 욕망 그 자체로서의 상징체일 것이며, 이를 통해 욕망의 더욱 높은 층위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다.
이번 신작은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대가인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환조 조각인 〈바쿠스 Bacchus〉, 〈다잉 슬레이브 Dying Slave〉와 같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과 〈다비드 David〉, 〈모세 Mose〉, 〈피에타 Pieta〉 등의 기독교적 주제의 작품을 패러디한 디지털 회화로 재탄생되었다. 이는 원본 대리석 조각을 깎아내고 다듬는 일련의 과정과는 반대로 3D 모델링 기법으로 형상화된 작은 사슴 뼈를 수없이 덧붙이는 방식으로 완성된 것으로, 진흙이나 점토 반죽을 수없이 덧입히는 부조나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여 형태를 구성하는 회화 기법을 디지털을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작가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차용한 이유는 조각의 회화적 해석이라는 매체의 고유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외에도 원본의 도상학(Iconography)적 해석과는 별개의 맥락으로서 ‘전용(détournement)’하기 위한 것이다. 즉 대가의 작품은 서구 문명 전체를 통틀어 고착화된 미의식을 상기시키는‘이상적인 절대미의 전형’이자 욕망을 부르는 하나의 권력을 암시한다. 서구 중심으로 구축되어 온 사회, 문화적 패러다임의 영향으로 미적 이데올로기마저도 하나의 규범적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작가가 이러한 이상적인 미를 사슴 뼈로 형상화한 이유는 ‘문명을 이루기 위해 자연에 가하는 가학적 야만성’에 대한 표상이자 미적 욕망에 대한 집착의 표현으로서 서구 문명 전체에 대한 조소와 비판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위함이다. 결국 김두진은 대가의 걸작을 동물 뼈로 전환시킴으로써 이상적인 미의 고결함을 훼손하고 격하시켜 아름다움과 추함의 모호한 상태로 존치시킨다. 마치 땅속의 정지된 시간에 유보되어 있던 유적의 고고학적 발견처럼 이 모호한 실체가 현재의 시간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전작의 해골과 마찬가지로 동물 뼈는 작가가 ‘죽음’에 대한 참조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양미술사를 통틀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바니타스(Vanitas), 즉 죽음에 대한 상기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통해 자만을 경계하고 지나친 쾌락의 추구는 고통을 낳고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경고의 의미와는 달리 보다 다양한 층위를 드러내고자 한다. 작가가 환기시키는 죽음은 문명/야만, 기독교/이교도, 신성/세속, 예술작품/동물 뼈, 미/추, 남/녀, 이성애/동성애, 죽음/삶과 같은 다층적 이분법의 ‘대립이 와해’되는 지점이다. 동물 뼈로 구축된 인물들은 이전의 해골과 같이 차별의 근거인 피부가 사라진 동등체일 뿐이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속 인물들은 신화나 성경 속 신이나 왕, 영웅 그리고 노예인데, 김두진의 작품 속에서 이들은 모두 동물 뼈로 이루어진 균질화된 존재일 뿐이다. 즉 신분 계급이나 성별, 미추의 구별은 무의미해진다. 또한 이러한 대립의 해체는 커밍아웃한 작가가 성적 소수자로서 느끼는 심리적 위축과 욕망 사이에서 나타나는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죽음을 통해 ‘중화’되고 ‘정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대미술에서 죽음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이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등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인데, 그중에서도 사진 예술가인 조엘-피터 위트킨(Joel-Peter Witkin)의 작품은 여러 관점에서 김두진의 작품과 비교할 만하다. 서양미술사의 걸작 명화들을 사체나 해골로 패러디하여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는데, 시체의 두상을 반으로 갈라 동성애 이미지로 연출하거나 관능적이고 우아한 여인의 신체를 양성구유자(hermaphrodite)의 충격적인 누드로 전환하여 극도의 불쾌감을 유발시킨다. 따라서 위트킨이 다루는 죽음이나 욕망은 보다 더 직접적으로 극렬한 불안과 충격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애초에 대항 불가한 감정으로 몰아넣는 반면, 김두진의 작품 속에서 읽히는 죽음과 욕망은 순화되고 극복 가능한 두려움이다. 김두진에게 죽음은 더 이상 종말이 아닐뿐더러 욕망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사실 사슴 뼈는 작가가 조선시대 최후의 인물화가인 채용신의 〈십장생도〉의 십장생 중에서 영생을 상징하는 사슴에서 영감을 받아 선택한 것이다. 사슴 뼈로 구현한 인물초상인 〈대지〉는 생명의 탄생과 회귀, 재생의 의인화로서 고대 신화에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곡물과 농업의 여신인 케레스(Ceres)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랑과 행복, 쾌락과 금욕, 좌절과 비극 등 삶의 모든 욕망의 근원인 신체가 산화되고 남은 유골을 품어주는 땅은 다시 욕망하는 몸으로의 재탄생, 즉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곳이다. 그런 면에서 욕망은 대지 위에서 하나의 존재에서 또 다른 존재로 이어지며 소멸되지 않는 영속성과 무한정성을 내포한다.
칸트(Kant)는 대자연에서 ‘숭고’의 미를 발견하였다. 숭고미는 어떤 대상이 지닌 질서와 조화, 규칙에서 비롯된 사랑스럽고 유쾌하며 즐거운 감정에서 느껴지는 일반적인 ‘미’의 개념을 넘어서는 최상의 미로서 어떤 대상의 무한정성과 불확정성, 몰형식성에서 느껴지는 생경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면서 얻어진 쾌(快)의 감정이다. 즉 우리가 이성적으로 포괄할 수 없는 ‘표상 불가’의 광활하고 장엄한 대자연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압도적인 미가 바로 숭고미다. 그런 점에서 존재를 초월하여 영속하고 죽음과 삶의 경계로 한정하여 표상할 수 없는 김두진의 ‘욕망’은 두렵지만 처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숭고한 욕망’이다.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드넓은 대지 위를 부유하는 욕망은 대지가 존속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글. 성신영
Leeahn Gallery Seoul is proud to present Du-jin Kim’s solo exhibition entitled “Earth” from November 2nd through December 16th, 2017. Kim is known for borrowing characters from other master’s magnum opus and digitally pares it down to skeletal structures in his artworks.
There have been diverse notions about the earth. Some simply defines earth as a discrete entity where new life is born and perished. Human beings have established civilizations on the earth and engaged in endless conflicts with one another due to racial and cultural differences. This gruesome history can be construed as expression of unquenchable thirst for comparative advantage. It is widely accepted dissatisfaction constitutes the core of pure desire; for example, every people cannot be free from this sense of deficiency—some crave for voracious intellectual appetite and others have materialistic desire. In this context, Kim regards mother earth as the symbol of desire and shed new light on this pure emotion through his recent artworks.
His new paintings can be categorized into two sub-categories; one is derived from classic myths such asand , and the other revolves around Christian themes-- , and , etc. The artist breathes new life into these conventional themes by digitally manipulating the images. In contrast to traditional reductive process hired in the original work, he employs additive process by means of three-dimensional modeling. In the process of creating works, he repeatedly adds subsidiary parts to main structures. His working method can be regarded as his reinterpretation of traditional techniques.
Kim’s art world is heavily indebted to Michelangelo in that he re-interprets the latter’s sculptures in two-dimensional language. In addition, he strives to take Michelangelo’s paintings out of iconographic context and imparts new meaning to his works by situating them in a completely different context. More often than not, masters’ artworks imply a paragon of beauty which has been deeply rooted in western civilizations. Influenced by such western-oriented sociocultural norms, people take it for granted that western aesthetics plays pivotal roles in setting normative standards in the art world. Kim frequently materializes the ideal beauty with bones of deer. He believes that the material is an emblem of sadistic barbarism demonstrated by humans to establish their civilization. At the same time, it can be seen as the artist’s scornful statement about the west’s reckless obsession of aesthetic pleasure. To sum it up, he degrades the west’s aesthetic standards by retouching master’s artworks with bones of animals. On the whole, his oeuvre makes it difficult to discern the beauty from the unsightliness. The artist’s ambivalent artworks give the impression that archeological artifact emerged from the ground after long latent period and enable the spectators to re-evaluate the artworks with renewed mindsets.
As in his previous skeletal series, bones of animal allude to the fact that he maintains affection for themes of death in his art world. Vanitas, or memento mori has been frequently evoked in his artworks to alert people of worthless conceit. Furthermore, he also warns people that excessive pursuit of pleasure could give birth to anguish and ultimately resulted in death.
Death has been an inspirational subject for contemporary artists such as Cindy Sherman and Damien Hirst. Especially Joel Peter Witkin’s works are comparable to Kim’s works in many aspects in an attempt to criticizing western civilization. Both artists are devoted to parodying masterpieces by other artists. Kim employs his signature skeletal series while Witkin replaces the characters in the original paintings with a series of corpses. For example, Kim bisects figure’s skull to direct viewer’s attention to the issue of homosexuality. Then, in Witkin works, he turns women’s sensual and elegant body into hermaphrodite’s shocking nude to arouse displeasure in viewer’s mind. There is a subtle difference between the two. While Witkin’s notion of death and lust cause irresistible phobia along with intensive discomfort, Kim’s notion of death and lust is much more flexible and resistible. Kim asserts that death is no longer the end and lust will live on even after one’s death.
Kim particularly selects bones of deer as chief material throughout his oeuvre. He draws inspiration from a Yong-shin Chae’s Ten Longevity Symbols Painting. In this painting, deer symbolizes eternal life. So, Kim’s work entitled “Earth” made with bones of stag is incarnation of birth, death and regeneration. The work is evocative of Ceres, the goddess of Cultivation. He firmly believes that one’s corporeal body represents kinds of lust such as love, pleasure and happiness. He asserts that earth is the place where body is decomposed and regenerated. As he believes the body as a carrier of lust, lust will renew itself along and will perpetuate itself through the circulating cycle.
Immanuel Kant(1724-1804) finds sublime beauty from the mother nature. It is beyond the definition of beauty aroused from harmonious state of certain entities. This emotion can be achieved by overcoming the fear of insecurity. That is to say, when one faces overwhelming power of the Mother Nature, one then could truly experience the sublime beauty. In this aspect, the artist’s notion of desire transcends the mere question of life and death. He maintains that as long as the earth exist, the lust will not disappear.Shin-Young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