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생테티엔 세손 앤 베네티에르 갤러리
“올해 해외 전시 네번째…새 공간마다 활력 느껴”
17일부터 남춘모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프랑스 생테티엔 세손 앤 베네티에르 갤러리 본점 전시장 전경. 남춘모 작가 제공
남춘모 작가가 대구 가창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코로나로 인한 감금의 시간동안 전시 등 바쁜 스케줄이 모두 멈춰버렸지만, 내게는 지난 작업들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미술을 시작하면서 함께 해온, 결코 잊어버리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던 회화의 상념이 내면 깊숙한 곳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았죠."
지난달 말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작업실에서 만난 남춘모 작가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17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프랑스 생테티엔의 세손 앤 베네티에르 갤러리(이하 세손 갤러리) 본점에서 대규모 전시를 연다.
세손 갤러리는 뉴욕, 파리, 리옹 등 전세계 6개의 지부를 두고 있으며 1970년대 프랑스 예술운동 '쉬포르·쉬르파스'의 중심이 된 갤러리로, 내실 있는 전시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럽에서 정평이 나있다. 남 작가와 세손 갤러리의 인연은 2020년 파리점, 올해 4월 뉴욕점 전시에 이어 세번째다.
이번 개인전은 그 중 가장 큰 규모다. 회화, 설치, 드로잉 등 기존 작업의 연장선장에서 다채로운 양상으로 변주된 작품 70여 점이 전시됐다.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선(線)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과 탐구의 결과물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자리다.
"화선지 위에 선 하나 긋고 여백을 남겨두는 선대의 작품들을 보며, 그 빈 공간이 주는 울림에 대해 학창시절부터 흥미를 가졌습니다. 고민하다가 무작정 선을 그어보기 시작했는데, 선이 중첩되니 오히려 존재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선을 세워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디귿'(ㄷ)자 형태로 입체화했습니다."
그렇게 선을 입체화해 탄생한 작품이 부조회화 '스프링'(Spring) 연작. 공간감이 드러나면서 빛의 변화까지 담아내는 작품이다. 2018년 대구미술관 전시 때부터는 곡선적 요소를 더했는데, 그가 태어나고 자란 경북 영양의 산비탈을 따라 난 고랑처럼 자연스럽고 친숙하다.
17일부터 남춘모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프랑스 생테티엔 세손 앤 베네티에르 갤러리 본점 전시장 전경. 남춘모 작가 제공
또한 페인팅 연작인 '스트로크 라인'(stroke line)은 과거 초기작들을 재해석해 발전시킨 작품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코로나로 인해 멈춰버린 시간이 그에게는 기존 작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남 작가는 "바쁜 스케줄에 끌려가듯 살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외부 영향 없이 내 정신에만 집중하게 됐고, 회화의 기본이자 순수함으로 회귀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같은 캔버스를 꿋꿋이 일궈나가는 농부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선들은 계산되고 올곧은 직선이 아니라 때로는 튀어나온 돌을 피하고 비바람을 맞으며 생겨난 자연적인 곡선이다.
그의 해외 전시는 중국 상하이, 미국 뉴욕, 독일 마인츠에 이어 올해만 네번째다. 그는 "작가는 새로운 공간을 마주했을 때 흥분되고 활력을 느끼며, 끊임 없는 전시를 통해 다져지는 것 같다. 매순간 중요했지만 이번 전시는 스스로 더 도약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어서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17일부터 남춘모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프랑스 생테티엔 세손 앤 베네티에르 갤러리 본점 전시장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매일신문ㅣ이연정 기자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