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백남준, 칭기즈 칸의 복권, 1993,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우측) 백남준, 피버 옵틱, 1995, 혼합 매체
백남준(1932-2006) 탄생 90주년을 기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백남준 축제’ 피날레와 같은 대규모 기획전시 《백남준 효과》가 개최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과천에서 지난 10일 개막해 2023년 2월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로서 백남준에서 시선을 조금 틀어, ‘백남준’이라는 사람이 한국 미술계에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조명한다. 작가 백남준 뿐만 아니라, 전략가, 기획자, 문화번역자로서의 역할도 조명해본다. 전시에선 백남준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주요 작품 43점이 공개된다. 더불어 한국 동시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 25명(구본창, 김해민, 문주, 박이소, 석영기, 양주혜, 윤동천, 이동기, 이불, 전수천, 홍성도, 홍승혜)의 90년대 회화·설치·사진 대표작 60점을 포함해 총 103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백남준의 주요 출품작으로는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나왔던 대표작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1989-1991) 총 13점 중 6점, 세계화를 향한 열망을 담았던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1993), <리옹 비엔날레 세트>(1995), 그리고 백남준의 아시아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김유신>(1992), <장영실>(1990) 등이 있다.
백남준, 김유신, 1992, 나무,TV,유채, 부산시립미술관소장
90년대 한국미술계에 새로운 주제, 가능성을 제안한 백남준
전시를 기획한 이수연 학예사는 “백남준의 전시는 이미 다양한 방향으로 많이 진행된 상태다. 이런 상황 속 국립미술관은 어떤 방식으로 백남준을 조명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라며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작품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백남준이 1984년 35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해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을 조명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백남준이 국현과 함께 기획했던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의 주요 주제들을 통해 1990년대 한국미술의 상황을 새롭게 마주한다. 당시 한국 미술계는 세계화와 정보사회 도래라는 급격한 정세변화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새로이 발굴하고, 과학과 접목한 ‘예술매체의 확장’을 고민했다.
이 학예사는 간담회에서 전시를 소개하면서, 이번 전시 방향성을 찾게 된 한 중견작가와의 대화를 전했다. 이 학예사는 “한 중견작가가 백남준이 한국에 등장했을 당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백남준이 나타나고 학교에서 회화 이외의 작업을 과제로 받기 시작했다는 일화는 전했다”라며 “백남준이 한국 미술계에 끼친 영향력은 비디오 작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키워드를 제안하면서 이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가능성의 영역까지 아우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1989-1991)13점 중 6점 전시 전경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MMCA ‘백남준 축제’는 지난 9월 15일 백남준의 최대 규모 비디오 아트 작업 <다다익선>의 재가동에서 한 번의 의미를 짚었다. 윤 관장은 <다다익선> 재가동 이후 백남준의 조카 하쿠다 켄이 국현으로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고 전했다.
<다다익선> 재가동, 아카이브 기획전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 이후 열린 《백남준 효과》는 백남준이라는 작가가 한국 미술계에 가져온 어떤 흐름과 경향을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이번 전시 《백남준 효과》에선 백남준의 주요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이제는 과거이지만, 당대에는 가장 전위적이었던 1990년대 미술의 흐름과 고민들 마주하게 해 의미있는 감각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458
서울문화투데이 ㅣ 이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