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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 "유리 같은 인간관계, 유리로 만들어봤죠" Mar 17, 2011

매일신문 / 최세정 기자

2011.03.17

 

 

中 현대미술작가 우밍중전 

 

▲중국 현대미술작가 우밍중은 4월 16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전시를 갖는다.
▲ 중국 현대미술작가 우밍중은 4월 16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전시를 갖는다. 
 

 

엄마가 한껏 행복한 표정으로 아기를 안고 있다. 아기는 사실적인 유화로 묘사된 반면 엄마의 모습은 단색의 유리 인형으로 그려져 있다. 반쯤 와인이 채워진 유리로 된 엄마는 세상에 물든 모습이고, 언제든 깨어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로 비춰진다. 


우밍중은 ‘유리로 된 사람’이라는 콘셉트로 2002년부터 작업해왔다. 마오쩌뚱을 유리로 묘사한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강하게 각인됐다. 차세대 현대미술작가로 왕성한 활동 중인 우밍중은 4월 16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유리는 인간 사이의 깨지기 쉬운 관계를 의미해요. 와인의 붉은 빛은 중국적인 색깔이죠. 그 둘의 조화로 ‘유리 작가’로 불립니다.” 

 

우밍중은 단색 배경에 붉은 와인으로 채워진 유리 인물이 지배하는 그림을 통해 소비중심주의 현대 중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차갑고 중성적인 유리 인물은 이름을 가지지 못한다. 단단하고 아름답지만 깨어지기 쉬운 유리로 만들어진 사람은 와인이 채워져야 비로소 그 형태를 드러낸다. 익명성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다. 

 

전시장에는 중국 외교부장과 미국 외교인이 어깨동무를 하고 악수를 하는 작품이 있다. “겉으로는 한없이 다정해보이지만 순식간에 깨어지기 쉬운 미ㆍ중간의 정치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는 철학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도 제기한다. 마오쩌뚱을 유리 인물로 표현한 작품은 정치적인 이유로 해외 전시에만 선보였다. 

 

그는 최근 셋째 늦둥이를 출산했다. 그림에 유화로 등장하는 아기는 실제 그의 셋째 아기다. 따뜻한 피부와 붉은 피를 가진 아기는 그에게 ‘순수의 세계’다. 반면 희미한 실루엣의 유리는 세상에 변질되어 가는 어른의 세계다. ‘성모자상’을 현대화 한 그의 작품에는 서양인 엄마와 동양의 아기가 등장한다. 작가는 “순수 동양의 이상 세계가 서양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의미하는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찰랑거리는 붉은 와인에 취해 있는 도시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최근 중국 미술시장은 급속하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는 2009년 미술시장의 두 배 이상 성장해 이미 영국 미술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최근 대형 사립미술관이 잇따라 문을 여는가 하면 대형 은행이 주도한 현대미술품 아트 펀드가 큰 수익률을 내기도 하는 등 자본과 결합한 중국 현대미술은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특정 작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우밍중도 그중에 한 명이다. 중국미술의 스타일을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형상화한 우밍중을 통해 중국 현대미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053)424-2203. 

 

 

 

http://news.imaeil.com/Culture/2011031707024912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