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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 먹 하나로 승부 거는 작가 김호득 개인전 Mar 13, 2012

매일신문/ 최세정 기자, 사진·우태욱기자 

2012.03.13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물질성…극단적 요소들의 충돌과 대화 

 


김호득은 먹 하나로 승부를 거는 작가다. 전통적 묵법을 대범하고 독창적으로 구사해, 현대적 표상으로 자신만의 시각언어를 완성한다. 
“저는 극단적인 것을 좋아하죠. 색은 물론 먹의 농담도 배제한 채 단지 힘과 속도, 그로 인한 형태의 변화를 가지고만 동양 정신의 정수를 추구합니다.” 

 

 14일부터 4월 14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위해, 그는 지난 한 해 연구년을 꼬박 일요일도 없이 작업했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작가로서 살아가는 치열함을 늘 보여주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먹의 중첩에 의한 먹의 정신성과 물질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 획은 한지에 스며듭니다. 하지만 먹 획을 겹치는 순간, 먹의 입자는 반사되면서 튀어나오죠. 먹도 물질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흥미로운 실험이에요.” 

 

밀도가 높은 그의 작품 위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교차한다. 있음과 없음, 빈 자리와 그린 자리, 음과 양이 작품 속에서 넘나든다. 작가는 동양의 정신성과 서양의 물질성을 작품에 동시에 품고자 한다. 그래서 먹과 여백으로 구성된 작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2층에 전시되는 설치 작품은 극단적인 요소들을 배치해, 그것들이 빚어내는 긴장감을 즐기는 작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치 창살을 연상하게 하는 그의 설치작품은 나무 틀 앞뒤로 한지를 붙였다. 텅 빈,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한지와 한지 그 사이로 미묘한 공기의 층위, 그리고 빛의 흐름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설치된 작품은, 검은색만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검은색 아크릴로 화면을 지워나간 작가의 검은 작품은 흰색 한지 작품과 마주보며 묘한 긴장과 조화를 보여준다. 

 

“서양화의 완전히 물질화된 면과 동양적 미니멀리즘의 극치. 이 두 가지 극단적 요소가 함께 있지요. 흑과 백, 물질과 정신, 그리고 동양과 서양. 극단적인 요소들은 작품을 넘나들며 충돌하기도 하고 서로 대화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전시에는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 작가는 다음 전시에서 보여줄 작품의 힌트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암시는 ‘얼굴’ 시리즈. 

“조금 더 인간적인 작품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개념적인 작품이었다면, 감성적인 작품으로 가보고 싶죠.” 

 

아마 다음 전시에서, 우리는 몇 개의 파격적인 획으로 인간 얼굴의 희로애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실험과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궁극에 닿으면, 선 몇 개로 인생이 담길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의 시도로 최대한을 보여주는 것이 예술의 철학이니까요.” 

 

 

http://news.imaeil.com/Culture/2012031307083954806?ismobile=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