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함 기자 2023.08.28 17:44
김근태 개인전, 9월 30일까지 日 도쿄화랑
‘숨’ 최신작 15점 선봬
도쿄화랑은 1975년 권영우·박서보·서승원·허황·이동엽 한국 작가 5인이 참여한 ‘다섯 개의 흰색’전(展)을 기획, 개최하는 등 오래전부터 한국 미술에 관심을 두고 한국 미술가를 국제무대에 알리는 데 일조해 왔다. 도쿄화랑 설립자 야마모토 다카시는 생전 한국을 자주 찾았다고 전해지는데, 단색화의 시작으로 일컫는 1972년 ‘앵데팡당(앙데팡당)’전을 통해 권영우와 이동엽의 하얀색 그림을 접하고, 이에 백색조로 작업을 하는 작가를 모아 ‘다섯 개의 흰색’전을 열었다고 한다.
최근 도쿄화랑은 그간 수집해 온 한국 미술 관련 아카이브 45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을 만큼 한국 미술에 대한, 특히 그중에서도 오늘날 대가라고 불리는 박서보, 이우환 등을 일찍이 1970년대부터 앞장서 소개하는 등 단색화에 대한 조예가 깊은 갤러리다.
현재는 부친 야마모토 다카시의 안목과 혜안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두 형제 다바타 유키히토, 야마모토 호즈 공동 대표가 갤러리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박서보,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을 비롯해 김홍주, 이진우, 이영림, 이진영 등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 세계를 지속적으로 조명해 오고 있다. 도쿄화랑이 최근 주목한 한국 작가는 김근태다.
김근태는 단색 물감을 바르고 말리고 또 바르기를 반복하며 동시에 마음은 비워내는 수행적 태도를 회화에 투영해 온 주요한 포스트 단색화가다. 작가의 대표 연작 ‘숨’은 돌가루를 소재로 삼아 재료 고유의 수용성을 존중함과 동시에 작가는 최소한으로 개입함으로써 절제된 의식을 담아낸다. 묘한 미색의 화면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물감이 캔버스 옆으로 흘러내리거나 돌가루가 캔버스 표면 위에 기포를 생성하기도 한다. 이때 캔버스 천은 마포가 아닌 광목천을 사용하며 이는 돌가루의 물질적 질감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김근태 개인전이 9월 30일까지 일본 도쿄화랑에서 개최된다. 김근태의 대표 연작 ‘숨’ 최신작 15점이 내걸리는 자리다. 도쿄화랑은 김근태의 독창적인 작업 방식이 수행과도 같은 한국 단색화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김근태 특유의 텅 빈 화면은 조선백자의 세계를 연상하는데, 지움과 절제를 통해 궁극의 비움을 이뤄내 오히려 묵직하고 충만한 경지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의 흔적과 체취를 지워내는 동시에 재료의 속성을 존중하고 살리는 데 몰두해 온 김근태의 작업 세계는 자아를 앞세우지 않고 사욕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비로소 완벽할 수 있는 조선백자의 그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받는다.